주호영 “부모있는 청년도 힘든데,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인색해선 안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 문제를 오랫동안 고심해 온 대표적인 국회의원이다.
주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 선진국 반열에 든 우리나라가 부모 없이 자란 청년을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돈 얼마 주고 시설에서 내보내고 사회에서 적응하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이 이 같은 인식을 갖게 된 계기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판사 시절 맺은 한 자립준비청년과의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다.
주 의원은 1997~1999년 대구지법 영덕지원장을 지낼 때 법원 직원들과 함께 경북지역의 한 보육원을 후원했다.
주 의원은 “그때 그 보육원에 있던 한 학생이 보호종료아동, 지금 바뀐 말로 하면 자립준비청년이 됐다”면서 “이 학생이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한 대학원에 들어갈 정도로 학업에 열의를 보였는데, 등록금도 만만치 않고, 숙소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어떻게든 그 친구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친구가 합격한 대학원의 총장과 인연이 있어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장학생으로 인정해 힘들게 마련해서 납부했던 등록금을 돌려주더라. 석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또 “학비는 그렇게 마련했는데, 잠잘 데가 없었다. 그래서 또 학교 기숙사 쪽에 얘기를 해서, 학생으로 총무 자리를 만들어서 기숙사 관리 일을 하는 대신에, 기숙사비도 면제받고 한 달에 30만원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이런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우리 사회 지원이 너무 부실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지금은 부모가 있는 가정이라도 그 어린 청년들이 홀로 세상에 나가서 자립하기 어려운 세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 의원은 인터뷰 내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우리나라 올해 복지 예산이 109조원인데,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인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 의원과의 일문일답.
-현행 자립준비청년 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일단 자립시점이 너무 이르다.
예전에는 18세가 되면 생활하던 보육원이나 시설에서 나와야 했고, 지금은 본인 선택에 따라서 24세까지 지낼 수 있다고 한다.
그 어린 나이에 온전한 자립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자립한 청년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더 긴 시간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전체적인 지원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통상적으로, 자립정착금 500만원에 월 35만원씩 5년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청년들이 어떻게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겠나.
지원금액을 대폭 올려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있어, 특히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 시설에서 조금 더 생활하는 것을 원하는 청년이 있을 수 있다.
또, 당장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 청년들도 있을 것이고, 여기에다 시설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청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청년들에게 주거와 관련해서 더 폭넓은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시설에 더 머물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일정 기간 더 머물게 해주고, 대신 주거비 성격의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된다.
시설을 나가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는 주거비 성격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그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선택권을 주자는 얘기다.”
-자립준비청년 지원과 관련해 국민일보와 삼성, 그리고 멘토링 교육 경험이 많은 단체들이 힘을 합쳐 조만간 ‘디딤돌 가족’이라는 멘토단을 출범하기로 했다. 자립준비청년 ‘원조’ 멘토인 주 의원이 조언을 한다면.
“금전적 지원 외에도 자립준비청년들이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어른, 즉 멘토도 필요하다.
하지만, 멘토 제도를 활성화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청년이 자립할 때 맞춰서 맺어진 인위적인 멘토는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8살 청년에게 ‘내가 네 멘토다’라고 하면서 갑자기 다가가면, 그 청년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립준비청년들이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관계를 오랫동안 맺을 수 있도록 멘토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자립준비청년의 실질적 자립은 취업을 통해 가능하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자립준비청년들은 같은 또래의 다른 청년들에 비해서 취업 정보나 기회에서 소외돼 있다.
취업전문가들이나 기업들에서 나온 전문가그룹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한 지도와 교육,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취업 정보 제공도 중요하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취업 특혜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또래의 다른 청년들과 같은 선상에서 취업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자립준비청년들을 지원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개인복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지원이 부족해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적 낙오자 또는 부적응자가 된다면 그건 오롯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된다.
그래서 정부와 사회가 자립준비청년들을 더 관심을 갖고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민간 영역도 마찬가지다.
삼성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새로운 경영 모델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삼성이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에게도, 삼성에게도 모두 ‘윈·윈’이 되는 것이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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