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윤재옥 “한달 된 첫 손자, 바빠 얼굴도 못 봤다”
“첫 손자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됐는데 아직 얼굴을 못 봤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출입기자단과의 ‘브라운백 미팅’(간단한 점심식사를 곁들인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8일 당선된 윤 원내대표는 취임 사흘 뒤 첫 손주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각종 설화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등으로 바람잘 날 없는 한 달을 보내며 아직 첫 손자를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으로 유명한 윤 원내대표의 표정에 미안함이 가득했다. 윤 원내대표는 취임 당시에도 당내 사정을 고려해 취임 기자회견도 미룬 채 업무에 들어갔는데, 취임 한 달 만에 이날 햄버거를 먹으며 기자단과 얼굴을 마주했다.
윤 원내대표는 취임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꼽았다. 당시 민주당은 간호법을 처리했고, 일명 ‘쌍특검’(50억클럽·김건희 여사)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으며, 방송법마저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세 차례나 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며 반발했지만, 169석 거야에 밀려 속수무책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지만, 그 날은 기억하기도 싫은 날”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지 정말 생각이 많았다. 다음 총선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절절했다”고 회상했다.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재의요구와 상관없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의료 협업체계가 붕괴한 것을 복원해야 한다”며 여야가 새로운 간호법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되면 내년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엔 “표는 손해보더라도 정부여당의 책임감을 우선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윤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하에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간호법에 대한 재논의를 요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가급적 다음주 중 상임위 차원에서 양당이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여의치 않으면 원내지도부에서 나서 합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25일 열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대한 청년 지지율을 높일 방안으로 그는 “청년이 공정이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채용강요·채용세습을 형사 처벌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공정채용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총선 전략에 대해선 “중도로의 외연 확장과 젊은 층의 표심을 얻는 두 가지 방법뿐”이라며 “우리나라는 선거 3~4달 전 민심이 형성되는 경향성이 있다. 연말까지 진정성을 보인다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코인 투자 및 국회의원 가상화폐 전수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김 의원에 대한 의혹 해소가 우선이고, 문제를 먼저 정리하고 (전수조사를) 해도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주선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양당 원내대표를 어떻게 하면 대통령과 만날 수 있게 할 것인지에 집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개인적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술은 얼마나 마시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상사가 주는 술을 한번도 거절한 적 없다. 열 잔이든 스무 잔이든 일단 먹는다”며 “대통령실 만찬에서는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술로 힘들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천상 공무원 DNA”라며 “실수를 안 하려다 보니 굉장히 재미없는 원내대표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딸 셋을 키운 정 많고 눈물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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