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구제역 발생…한우 수출 발판 '청정국 지위'도 사실상 무산
4년여 만에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한우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됐을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도 사실상 무산됐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충북 청주시 한우농장 3개소에서 구제역이 확진됐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구제역은 소·돼지·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에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이 확인된 농장에서 사육하는 소 450여 마리에 대해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른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농장 간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오는 13일 자정까지 전국 우제류 농장과 축산관계시설 종사자 및 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청주시를 비롯해 인접 7개 시·군(대전·천안·세종·보은·괴산·진천·증평) 소재 우제류 농장과 주변 도로를 집중 소독했다. 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확인할 계획이다.
4년 만의 구제역 발생으로 정부가 공을 들이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도 불발됐다. 정부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국내 구제역 발생이 멈추자 지난해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을 신청했다. 청정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최소 2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고, 1년간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된 증거가 없어야 한다.
이는 한우 수출 확대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한국과 같은 구제역 발생국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나라에 소고기·돼지고기 등 수출이 제한된다. 지난해에도 홍콩·마카오·캄보디아 등에 한우 44t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이달 중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고 올해 한우 수출량을 지난해보다 4.5배 늘어난 200t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생으로 수출길 자체가 틀어막힐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구제역 발생 농가 확대 시 방역 강화로 축산물 유통에 차질이 생겨 소고기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육류 소비가 많은 여름철이 다가오는 만큼 조기 종식이 이뤄지지 못하면 여파가 커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구제역 발생 규모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1년 대량 감염 사태 이후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면서 현재 소 항체형성률이 98% 가까이 되다 보니 (예전처럼) 대량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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