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지원’ 글로컬대 사업에 대학 통합 바람…학생들은 반발
정부가 지방대 30곳에 5년 간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 신청을 앞두고 대학가에서는 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통합을 해야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통합 추진에 대학 내부에서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글로컬대학=구조조정 사업”…통합 급물살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31일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다. 올해 10곳을 선정하는데, 9월에 최종 결정된다.
앞서 교육부가 제시한 글로컬대학 혁신 사례에는 '대규모 구조개혁 및 정원 조정'과 '대학 간 통합 및 학문 융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또 다른 형태의 대학 구조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지난 1월 “정부가 모든 대학을 살린다는 건 가장 무책임한 말”이라며 구조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글로컬사업 지원을 목표로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대는 10곳이 넘는다. 충청권에서는 충남대-한밭대, 강원권에서는 강원대-강릉원주대, 영남권에서는 안동대-경북도립대-금오공대, 영남대-영남이공대, 계명대-계명문화대, 부산대-부산교대 등이 통합을 논의 중이다. 통합에 준하는 연합 협의체를 구성한 곳도 있다. 경북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는 ‘경북글로컬대’(가칭) 발족에 전격 합의하고 공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키로 했다.
투표 보이콧, 성명 발표…잇따른 갈등 점화
10일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통합을 전제로 하는 글로컬대학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학생 대부분이 사업에 반대하면서 투표를 거부했다. 교수는 82명 중 71명이, 교직원은 96명 중 86명이 투표했지만 학부생은 1453명 중 33명(2%)이 투표했다. 전체 투표율은 13%에 불과했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학생은 물론 교수회까지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달 19일 성명서를 내고 “(통합을 위한) 학과별 의견 수렴 기간이 닷새에 불과해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밭대 교수회도 “글로컬대학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실패 책임을 지역에 떠넘긴 무책임한 사업”이라며 “충남대와 통합을 전제로 한 사업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통합을 추진했던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대는 지난 2월 강릉원주대와의 ‘1도 1국립대’ 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한 뒤 학생, 직원, 교수 대표와 공청회,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해 왔다. 하지만 강원대 총학생회와 교수회는 2006년 강원대와 삼척대의 통합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수, 학생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 간의 위상과 규모 차이가 클수록 반대 목소리가 크다. 한 지역거점국립대 총학생회에서는 “학생들은 단순히 통합이 싫은 게 아니다. 내가 졸업한 학교의 브랜드 가치 하락과 축소로 권리를 침해받을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대학가에서는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 전후로 반발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역 국립대 총장은 “통합을 논의하는 대학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며 “모든 대학이 통합에만 목 매다가 구성원 분규만 일고 정작 지방대 살리기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사립대 총장은 “글로컬대학에 뽑히기 위해 통합, 학과 통폐합 등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다보니, 선정돼도 탈락해도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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