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음향 클래식 전용홀 부천아트센터 19일 개관

류태형 2023. 5. 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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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클래식 전용홀, 7호선 부천시청역
지자체 공연장 최초로 파이프오르간 설치
세계 최초 2중 덮개로 다양한 음향 구현
조성진, 조수미, 장한나, 손열음 등 공연
19일 개관하는 부천아트센터. 1000석이 넘은 국내 8번째 클래식 전용홀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을 설계한 영국의 애럽사가 음향설계를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구현이 목표다. 사진 부천아트센터

음악 예술은 음악가, 청중, 음악이 울리는 공간으로 완성된다. 음악과 건축은 그만큼 밀접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절 이미 연극과 음악을 위한 극장이 건립됐다. 중세에는 교회 건물에 그레고리오 성가가 울려 퍼졌다. 오페라 탄생 이후 오페라극장이 건립됐고 18세기 이후 교향곡의 발달로 음향 좋은 대규모 홀들이 지어졌다.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 바이올린 소리는 여느 바이올린과 다른 매력을 선사하다. 그런 것처럼 좋은 홀에서 청중이 받는 느낌은 ‘명기의 감동’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국내에 또 하나의 '좋은 홀'이 들어선다. 19일 개관하는 부천아트센터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당, 대구콘서트하우스, 아트센터인천, 고양아람누리 하이든홀,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 이어 1000석이 넘는 8번째 클래식 전용홀이다. 1445석의 콘서트홀과 블랙박스 형태의 소공연장, 전시실과 부천필 연습실 등을 갖췄다. 완벽한 수준의 클래식 음향 구현을 목표로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기획공연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경기도 부천시 도심 한복판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에 위치한 부천아트센터는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에서 도보 5분 거리로 다른 클래식 전용홀들과 비교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손색없는 시설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영국의 애럽(ARUP)사가 음향 설계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영국의 바비컨 센터, 퐁피두 센터 등을 설계한 회사다.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으로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이 회사의 나카지마 타테오가 음향 설계에 관여했다.

콘서트홀 무대는 빈야드(포도밭) 형태와 직사각형 모양의 슈박스(구두상자) 형태를 떠올리도록 만들어졌다. 높이 변경이 가능한 6개의 대형 음향 캐노피(덮개)가 설치됐다. 필요에 따라 벽 표면을 전동으로 덮어주는 음향 커튼과 배너 시스템도 갖췄다. 지자체 건립 클래식 전용홀 중에서는 최초로 파이프오르간도 설치했다. 4576개의 파이프와 62개의 스톱(소리바꿈장치), 4단 건반, 2대의 연주 콘솔로 이루어졌다. 미국 케네디 센터,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하우스 등에 오르간을 납품한 캐나다의 카사방 프레르사 제품이다.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내부. 지자체 클래식 공연장으로는 처음으로 파이프오르간을 갖췄다. 사진 부천아트센터

11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겸한 시연회. 오르가니스트 이윤희가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자 오르간 음이 쏟아졌다. 웅장하면서도 단단한 저음이 인상적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음의 과잉으로 인한 부밍이 적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박상욱의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D.384 3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울림이 고급스러웠고 붓의 획처럼 선이 느껴졌다. 또랑또랑한 피아노의 울림도 단순하지 않고 결이 나뉘어 다가왔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홀 건립 기본계획안이 통과된 1995년 이래 고민하며 건립을 추진해왔다. 문화도시 부천에 한 획을 긋는, 오랜 진심이 지어낸 홀”이라 말했다. 그는 “부천아트센터를 3대 클래식 전용홀로 키우겠다”며 그 근거로 “지자체 공연장 최초 파이프오르간 설치, 부천필이라는 소프트웨어, 지하철 7호선의 접근성”을 내세웠다.

태승진 부천아트센터 대표이사는 “클래식 전용홀 건립은 문화도시를 표방한 부천시가 그만큼 역량을 축적했기에 가능했다”며 “1988년 창단, 1989년 교향악축제부터 꾸준히 활동한 부천필의 활동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전체 1150억원의 공사비 가운데 경기도에서 지원한 40억원을 뺀 1100억원을 부천시가 댄 것은 문화마인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태승진 대표는 “마티네 콘서트와 아카데미를 활성화해 부천시민의 문화복지를 구현하는 한편 국내 클래식 음악계 발전을 선도하는 공연장으로 키우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음향설계자 나카지마 타테오는 “세계 최초로 2중의 천장 반사판을 사용했다. 대형 반사판 밑에 조그만 반사판이 하나 더 있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최적화된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사판 위와 아래의 음향이 서로 섞여서 풍부한 음향을 제공하는 ‘커플드 볼륨(Coupled volume)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11일 부천아트센터 오프닝 기자회견에서 조용익 부천시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보미 공연사업팀장, 태승진 대표이사, 조용익 시장, 나카시마 타데오 음향설계자, 홍성규 건축가. 사진 부천아트센터

나카지마는 연주자와 청중의 ‘친밀감(Intimacy)’을 강조했다. 연주자를 감싸는 홀의 형상, 낮은 발코니로, 낮게 내려오는 캐노피로 청중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초기음과 후기음의 딜레이를 조절해서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뚜렷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등 물리적 성격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격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보미 공연사업팀장은 “음악의 음표와 삶의 쉼표가 공존하는 공간, 사람과 예술을 연결하는 공간-BAC Connected라는 주제로 열리는 개관 페스티벌과 시승격 50주년 기념 클래식 시리즈, 잔디광장 파크콘서트 등을 준비했다”며 “부천아트센터가 동아시아의 클래식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디지털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획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일 공식 개관공연에서는 장윤성이 지휘하는 부천필이 슈트라우스 ‘축전 서곡’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피아니스트 박상욱,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협연하는 베토벤 3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후 필리프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20일),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28일),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가 협연하는 장한나 지휘 빈 심포니(6/13), 베르네-메클레 오르간 듀오 리사이틀(6/17), 기돈 크레머 협연 요엘 레비 지휘 KBS교향악단(6/25), 소프라노 조수미와 베를린 필 12첼리스트(7/8), 피아니스트 조성진 리사이틀(7/9) 등으로 세 달 간의 개관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이후 부천시 시승격 50주년을 기념한 런던 필하모닉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10/6), 손열음과 도이치방송교향악단(9/20), 박혜상과 테너 손지훈의 ‘더 보이스’(11/18) 등 주목할 만한 공연들도 예정돼 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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