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회 “검단 주차장 붕괴, 철근·콘크리트 품질관리 미흡 가능성”
지난달 말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지붕 붕괴 사고 원인으로 한국기술사회는 철근·콘크리트 공정의 부실시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아파트는 GS건설이 짓고있다.
한국기술사회는 건축구조기술사 등 84개 종목 4만여 기술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다.
기술사회는 이달 초 협회 소속 건축 구조·시공·품질·안전 분야 전문가로 건축소위원회를 열고,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후 보고서를 냈다. 7명의 위원은 가설을 바탕으로 한 붕괴원인 추정에서 설계의 문제보단 부실시공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기술사회는 철근 배근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고현장 사진을 통한 분석에서 전문가들은 철근 이음부가 집중되지 않도록 배열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기둥 부와 연결하는 전단 보강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단 보강근은 뼈대를 이루는 철근은 아니지만, 무량판(보가 없는 구조) 구조에서 기둥과 지붕 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명기 한국기술사회 안전조사위원장은 “무량판 시공의 경우 기둥과 지붕 사이의 철근 배근은 상세 도면에 따라 배열해야 하지만, 이 점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펀칭 전단(뚫림 전단)’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펀칭 전단은 무너질 때 기둥만 남고 지붕 부위는 와르르 무너지는 형태다.
또 조사위원회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과 철근과 콘크리트와 부착력 미흡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붕 잔해 현장의 철근이 콘크리트와 덩어리째 붙어있지 않고 말끔하게 분리돼 있다는 게 이유다.
보고서는 콘크리트 타설 시점인 지난해 7월엔 비가 자주 오고 혹서기라는 점, 또 이 시기가 통상적으로 레미콘 등 자재의 품질관리가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이때 전국 건설 현장은 원자재 파동으로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검단신도시 현장은 3년 전 ‘레미콘 물타기’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두관 의원실과 업계에 따르면 이 현장은 경기·인천 지역 레미콘업체 중 13곳이 콘크리트 납품 업체로 등록됐다. 특히 3곳의 레미콘 업체가 주로 납품했으며, 이들 중 한 군데는 지난해 다른 현장에서도 콘크리트 강도 부족으로 논란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장은 LH가 시행사로 레미콘 등 원자재는 관급자재로 분류돼 조달청을 통해 납품된다. 중기부의 지원을 받는 지역 레미콘협동조합 소속 업체들이 순번제로 납품하는 형태다. LH 관계자는 “업체들끼리 납품 경쟁이 치열할 때는 관급자재는 ‘따놓은 물량’으로 취급돼 민간 물량보다 뒷순위로 밀리기도 한다”며 “발주처가 품질관리 등에 재량권이 없어 중기부를 통해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는 지난달 29일 발생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국토안전관리원 주관으로 조사에 들어갔으며, 지난 9일 건설사고조사위원회로 규모를 확대했다. 조사위원회는 오는 7월 1일까지 정밀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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