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으로 명품쇼핑 펑펑…'가짜이력' 美의원 13개 혐의 체포

서유진 2023. 5.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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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 입성한 '리플리 증후군' 환자(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내세워 지난해 미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조지 산토스(34·공화당, 뉴욕 제3선거구). 그는 '히스패닉 이민자 출신, 유대인이자 성소수자 공화당원'이란 드문 배경으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해 뉴욕 버루크대 등을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씨티그룹에서 일하며 부동산 13채를 갖게 됐다는 자기 소개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 돼 표심을 공략했다.

하지만 그는 '금배지'를 달고 6개월 만에 형사 기소되는 '롤러코스터' 신세가 됐다. 뉴욕 동부 연방지방검찰청은 10일(현지시간) 사기·돈세탁·공금 절도 등 13개 혐의로 산토스 의원을 체포했다.

그의 몰락은 거창한 경력이 하나 둘 ‘진실’을 드러내며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실 그는 대학 문턱에도 가본 적 없었다. 월가 경력도 가짜였다. 유대인 혈통, 조부모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손아귀에서 겨우 탈출했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동성애자라고 밝혀 주목받았지만 여성과 결혼했었던 과거도 드러났다. 일이 커지자 그는 경력 대부분이 사실이 아님을 시인하며 "한때 월세가 밀린 적도 있고 누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실토했다.

조지 산토스(가운데) 미 연방하원의원이 10일 미국 뉴욕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그의 뒤로 '거짓말(LIES)'이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그가 단지 허위 경력을 떠들고 다닌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 언론들은 그가 동물 구호단체를 만들어 성금을 모은 뒤 가로채고 2008년 브라질에선 훔친 수표를 사용하는 등 범죄로 의심될만한 혐의가 다수 있다고 보도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뉴욕 동부 연방지방검찰청은 지난해말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그의 기소와 체포까지 이끌어냈다. 이 날 오후 그는 보석금을 낸 뒤 석방됐다고 CNN·NYT 등이 전했다.

10일 뉴욕 연방법원 청사밖에서 조지 산토스(가운데) 하원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그는 선거 운동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13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체포됐다가 오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AP=연합뉴스

공소장에는 그가 TV광고비 명목으로 기부금 2만5000달러(약 3300만원)를 받고는 개인 계좌로 빼돌려 명품 구매·자동차 할부금 납부 등에 썼다는 혐의가 담겼다. 또 플로리다 주(州)의 한 투자회사에서 연봉 12만 달러(약 1억5862만원)를 받으면서도 코로나 실업수당을 신청해 2만4000달러(약 3173만원)를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지난 선거에서 공개한 재산 관련 서류에 소득과 자산 기록을 거짓으로 제출해 하원과 유권자를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NYT가 전했다.

수많은 가짜 이력 의혹이 제기됐던 조지 산토스 의원이 10일 뉴욕 동부지검에 전격 기소됐다. 홈페이지 캡처

브리언 피스 뉴욕 동부연방지검장은 이날 "그는 다양한 사기 음모와 뻔뻔한 사칭 행각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수많은 논란에도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고 재선 도전 의사까지 밝혔던 그이지만 이번 기소만큼은 정치 생명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NYT가 전했다. 산토스 의원은 이날 법원 밖에서 취재진을 만나 본인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고를 밝히기 위해, 마녀사냥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사전 >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라는 소설에서 유래됐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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