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로 모욕" 한동훈, 기자 상대 손배소 일부승소

기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민사 소송을 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심에서 일부승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부장판사 한 장관이 장모 기자를 상대로 낸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 장관은 선고 직후 "명백한 가짜뉴스로 해코지하더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면 다른 국민에게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러면 안 된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앞서 장 기자는 2021년 3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LCT)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검사장이던 한 장관이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지만, 장 기자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니…"라는 답글을 올렸다.

이에 한 장관 측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하고, 이후에도 SNS나 유튜브 등에서 문해력 부족을 운운하며 모욕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엘시티 수사는 실소유주인 이영복씨가 분양권을 로비 수단으로 썼다며 2017년 11월 부산참여연대가 '특혜 분양을 받은 성명불상자' 43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지검은 2020년 10월 공소시효 만료 직전 분양계약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41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부실 수사'라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됐고, 한 장관은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 서울에서 근무해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기자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나는 질문을 했을 뿐이다. 질문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수사를 안 했는데, 왜 안 했냐고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 기자는 "이번 판결은 '권력자에게는 함부로 묻지도 말라'는 취지로 받아들여 진다"라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사건에서 김건희씨가 저를 지목해 '감옥 보내겠다'라고 말한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판결"이라며 "항소해 다시 한번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