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兆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아직은 갈 길 멀다”
“세상에 없던 약과 의료기기” 사회적 합의 필요
정부 지원 산재...범부처 컨트롤 타워 필요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오는 2026년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물론 학계, 정부 역시 이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가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아직은 멀어 보이지만 정부는 차근차근 준비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11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주최로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기기 등 최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동향과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주제 발표는 ▲제약강국 대한민국 전자약의 현재와 미래(김철 카이스트 교수) ▲디지털 치료기기 글로벌 경쟁력 선점 전략(이상규 연세대학교 교수)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지원 방안(강영규 식약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 순으로 진행됐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은 성장산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인간의 질환을 치료 또는 완화하는 제품군을 제조, 서비스하는 시장 총체를 일컫는다. 해당 제품군의 예로는 웨어러블 기기와 같이 하드웨어로 분류되는 전자약과 소프트웨어 위주인 디지털 치료제, 의료 인공지능(AI) 등이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29.2%의 성장률로 오는 2026년 6394억 달러, 한화로 800조원가량의 시장 규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16.13%의 성장률로 6조3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다만 세 연자는 모두 이 시장의 성장성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는데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약에 대해 발표한 김철 카이스틑 교수는 “미래 전자약은 웨어러블 기기 형태가 아닌 좀 더 초정밀 치료가 가능한 이식형 전자약 형태로 발전할 텐데 이미 이를 위한 기술은 개발이 다 된 상황”이라며 “시장의 인식이나 각 국가별 규제, 가치 평가 속도가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궁극적 목표인 상용화 단계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쟁력 강화에 대해 논한 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개념”이라며 “아직까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이 제품군은 작용 기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임상 근거 도출 단계부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개발 기업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아 관련 규제나 법안, 가치 평가 체계가 아직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독일의 경우에는 2012년 발의한 디지털헬스케어법을 통해 한 제품이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일정 기간 시범적 급여 인정을 통해 시장 내에서 실제 사용 근거를 만들도록 한다”며 “우리나라는 임상 단계의 건강개선 정보분석에 대해 중점을 둔다면 독일에서는 사용자 경험에 방점을 찍어 실제 환자들의 경험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지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역시 함께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와 관련한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강영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은 부처 간 통합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에 대해 제기했다. 강 과장은 “현재 정부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한 규제 혁신, 규제 지원 등에 많은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단순히 헬스케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산업과의 융합이기 때문에 각 부처에서 담당하는 산업 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업에서는 범부처 사업단을 꾸리고 있지만 산업 전체에 대한 범부처 컨트롤 타워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각 부처에서 서로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범부처 컨트롤 타워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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