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원리
이유정, 김형욱 부부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처방해 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유정, 김형욱 기자]
▲ 영화 <야구소녀> 포스터. |
ⓒ 싸이더스 |
백송고교 야구팀, 주수인은 최고 구속 134km에 볼 회전력이 일품인 천재 야구'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졸업반임에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지명받는 데 실패했고, 어릴 때부터 그녀와 함께 야구를 해 온 이정호만 지명받았을 뿐이다.
야구팀에 새로 부임해 온 코치 최진태, 그는 프로 출신도 아니고 코치 경력도 없지만 감독의 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도 실력은 있었던 듯 수인을 전담한다. 처음엔 수인으로 하여금 프로야구선수를 포기하게 하려 했지만, 수인의 진심과 일말의 희망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녀의 강점인 볼 회전력을 살려 '너클볼'을 개발한 것이다. 프로의 지명은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트라이아웃이라는 구단 개별 입단 테스트를 받게끔 하려 한다. 그녀는 최진태 코치의 전담 마크로 특훈에 들어간다. 그녀는 과연 프로야구선수가 될 수 있을까?
천재 야구소녀가 되기까지
1999년 안향미 선수가 대통령배 전국고교 야구대회에 출전해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대회 출전 기록을 남겼다. 영화 <야구소녀>는 안향미 선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프로야구선수가 되려는 소녀 말이다. 이 영화는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데, 스포츠 영화로 봐도 성장 영화로 봐도 여성 영화로 봐도 소수자 영화로 봐도 좋다.
수인이 야구를 처음 했을 무렵을 떠올려보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야구공을 처음 던져봤다. 잘되지 않았다. 아직 어리기에 힘도 약하고, 처음 던져보는 것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짜릿한 느낌과 쾌감을 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재밌었다. 그래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나니 웬만한 남자아이들보다 잘 던질 수 있었다. 엄마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인을 응원했다.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수인은 당연한 것처럼 야구부에 입단한다. 야구부에 들어갈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 것도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수인은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최고 구속 134km의 볼을 던진다.
몇 가지 요인이 수인의 성공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수인은 연습으로 경험을 얻었다. 공을 계속 던지면서 노하우를 터득했다. 이렇게 하면 회전볼을 던질 수 있고, 저렇게 하면 너클볼을 던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코치와 동료들에게 배우기도 했다. 야구공을 처음 잡았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신체 능력도 지녔다. '성장'한 것이다.
수인은 경험, 학습, 성숙의 결합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속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발달'이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고 전 생애에 걸쳐 계속된다. 발달을 이해하면 아이를 이해하기 쉽다. 아이의 사고와 어른의 사고가 어떻게 다른지,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가며 아이의 행동과 사고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
ⓒ 싸이더스 |
부모가 아이의 발달에 도움 주는 방법을 논하기 전에 '발달'의 기본 원리를 들여다본다. 발달에는 '학습'이 필수적이다. 학습은 이해나 능력이 향상되는 걸 의미한다. 또 '경험'은 발달하는 데 아주 중요한 발판이다. 풍부한 경험은 아이들이 발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양분이다. 경험이 없다고 발달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경험이 많으면 발달에 유리하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발달에 필수적이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과정이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또래 친구들이나 선생님, 부모님과 소통하는 것도 모두 해당한다.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지식, 관점, 경험들을 나누고 비교하며 사고가 확장되고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발달은 '성숙(성장)'에 영향을 받는다. 연속적이고 순차적으로 이뤄지기에, 다섯 살 아이가 달리기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6학년 13살 아이만큼 잘하기는 어렵다. 또한 일곱 살 아이가 피아노를 아무리 잘 친다고 해도 어른만큼 잘하기는 어렵다. 신체가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섬세한 작업을 하거나 강한 활동을 하기 위한 크고 작은 근육이 아직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 성장조차도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에 의해 다른 속도로 일어난다.
성장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발달도 연속적이고 순차적으로 일어난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가며 발달해간다. 그러니 당장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성장, 학습, 경험의 양이 조금 더 필요한 것뿐이다.
부모가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원리가 있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속도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발달하는 영역과 속도가 개인마다 다르니, 같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도 어떤 아이는 말하기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아이는 글쓰기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잘 발달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관찰하고 이끌어주기만 하면 된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두고 인지발달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는 '경험'이라고 했다. 다양한 실험으로 풍부한 경험이 발달, 특히 인지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증명하기도 했다. 피아제는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경험을 '사회적 경험'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의 두 가지로 구분했다.
아이들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적 경험으로 발달한다. 친구를 비롯한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서로의 지식과 경험, 가치 등을 공유하고 비교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정보 혹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정보가 있을 때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지식의 폭은 확장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발달이 일어난다.
아이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할 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게 좋다. 아이에게 물의 성장을 설명한다고 하면, 말로 설명해줄 수도 있고 함께 책을 보면서 그림으로 설명해줄 수도 있다. 편리한 방법이긴 하나, 아이는 씨앗의 발아나 쌍떡잎식물 같은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외우거나 금방 잊어버리기 쉽다.
함께 씨앗을 발아시켜 직접 키워보면 어떨까. 씨앗 끝에서 뭔가가 자라나는 것과 씨앗을 심은 흙에서 두 개의 작은 잎이 자라나는 걸 직접 보면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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