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적자에 세수 결손까지…구멍 커지는 나라살림
재정수시 적자, 올해 전망치 93% 육박
무역 적자 심화에 세수 결손액이 불어나면서 나라살림에 난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 실적 악화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으로 정부 재정 운용에 피로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1분기 관리재정수지는 54조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8조5000억원 확대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기금, 사학 연금 기금, 산재 보험 기금, 고용 보험 기금을 제외한 수치다. 정부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며 실제 나라살림을 가늠하는 지표다.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정부가 예상한 올해 연간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 9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정적자가 3개월 만에 연간 전망 규모에 육박해 나라살림에 경고등이 켜졌다.
적자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는 총수입 감소가 꼽힌다. 1분기 총지출은 16조7000억원 감소한 186조8억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총수입은 145조4000억원으로 25조원 줄어들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이 24조원 감소한 87조1000억원에 그친 탓이다.
세수진도율(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은 21.7%로 조사됐다. 최근 5년 평균(26.4%)보다 4.7%p 낮았다. 세수 진도율은 2000년 이후 최저치다.
현재 나라살림 근간이 되는 세수 부족과 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수출 부진은 곧 경기 부진을 뜻한다. 경기 부진은 또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4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1%(16억2000만 달러) 줄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수출 적자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9.4%, 석유제품 40.1%, 정밀기기는 10.1% 감소했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무역수지도 14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
수출 반등 신호는 없는데 정부가 주력산업 세제혜택을 늘리고 있어 세수 결손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입법 예고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과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일부 국가전략기술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미래형이동수단 분야는 전기차 생산시설, 전기차 충전기술 및 시설 등 5개 기술·3개 시설이 포함된다. 또 수소 분야는 수전해 기반 청정수소 생산기술 및 시설 등 5개 기술·시설을 국가전략기술 및 사업화시설까지 확대된다.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되면 대·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문제는 세액공제를 확대하면 그만큼 들어오는 세금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 4개월 연장한 바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빈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쓸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여전히 나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정책 운용에 대한 운신 폭도 크지 않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세수 부족 상황이 예견된다”며 “현재 경기 둔화, 자산 시장 부진, 기업 영업 상황도 좋지 않아 세수 부족 상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내부적으로 세수 재추계는 계속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당장 세수 부족보다 주력 산업 경쟁력 향상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부총리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에 대해 “실제 투자가 돼야 세제 지원이 이뤄진다. 투자 실행은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라며 “세수 효과는 현재 추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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