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에서 곡선으로, 둥글게 그린 아름다움
어떤 것을 향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곡차곡 쌓여 마침내 취향이라는 결과를 만든다. 키즈 브랜드 ‘몽베베’의 최지수 대표 집은 그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탐구한 증거들로 채워져 있다. 집을 리모델링하며 그녀가 아쉬웠던 건 빌라지만 여느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라는 점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아치 형태였다. 거실에서 다이닝 룸, 다시 부엌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설치한 아치는 구조적인 멋과 곡선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개방감까지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다이닝 룸에서 작은방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만든 그릇 코너 입구에도 아치를 만들었다. 최지수 대표가 10년 넘게 수집한 다양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 그릇이 전시된 공간은 비밀스러운 쇼룸 같다.
안방 욕실에서도 아치 구조를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입구뿐 아니라 욕조 위 천장까지 둥글게 마감해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이 집에서 가장 크게 구조를 변경한 곳은 다이닝 룸이다. 원래 부엌은 다이닝 룸 안쪽에 있었는데, 가족이나 손님들과 대화하며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최지수 대표는 부엌이 다이닝 룸과 마주하도록 과감하게 위치를 바꿨다. 식탁과 부엌을 하나로 잇는 대리석 상판은 그녀의 오랜 바람이었다.
토털 석재에서 커다란 원판을 가공해 제작한 상판은 빛에 따라 베이지, 핑크, 브라운 등으로 표현된다. 조지 나카시마의 빈티지 체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을 더하는 대리석 테이블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그녀의 집에 놓인 가구는 대부분 빈티지 제품이다. 앤더슨씨에서 빈티지 가구를 처음 구입한 후 줄곧 같은 곳을 찾고 있다고. 유행이나 트렌드를 뛰어넘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찾다 빈티지의 매력을 알게 됐고, 이제는 새 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까지 빈티지를 찾는 마니아가 됐다.
거실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LC3 소파를 중심으로 한스 올센의 데이베드, 카시나의 타부레 스툴, 샤를로트 페리앙의 사이드보드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창가에 놓인 피에르 잔느레 체어는 경매를 통해 어렵게 구매한 것. 프리츠한센의 에그 체어는 윤형근 작가의 작품, 루이스폴센의 플로어 스탠드와 함께 멋진 구도를 만든다. 브라운 오디오, 그룬딕 스피커 등 음향 기기까지 빠짐없이 빈티지다. 벽마다 걸려 있는 작품들은 이 집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작품에 대한 흥미는 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그녀가 정작 작품을 구입하고 소장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자신이 끌리는 작가와 시대, 화풍에 대해 공부하고 아트 페어에도 수시로 방문해 신중하게 구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컬렉션의 시작은 과감하게도 윤형근 작가의 1970년대 대형 작품이었다. 그 후로 이우환, 이배, 데이비드 호크니,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까지 하나씩 위시 리스트를 완성해 가는 중이다. 가구 하나, 작품 한 점, 책 한 권까지 모두 구입과 배치의 이유가 있는 이 집에서 주인이 가진 삶의 가치와 방향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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