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조은혜의 슬로모션]

조은혜 기자 2023. 5. 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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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2022년 스프링캠프, 김광현의 복귀도 발표되지 않았던 그때 김강민은 SSG 랜더스의 창단 첫 우승에 대해 얘기했다. 우승을 하고, 다음 시즌 딱 한 경기에 나가더라도 한 번이라도 챔피언 깃발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해야 하는 게 얼마나 많아. 올해 우승을 해야 돼, 우승을 하는데 내가 잘해야 돼. 그게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거죠. 내가 우승하는데 뭐라도 해야지. 솔직히 욕심인데, 그랬으면 좋겠어요."

2022년 정규시즌, SSG 랜더스는 KBO 역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고,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그리고 지금 김강민은 챔피언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전히 그라운드에 서 있다.

#1 마지막에서 시작하다

"파란만장했죠. 다사다난했지."

김강민은 지난해 5월 햄스트링을 두 번 다쳤다. 언젠가 말했듯, 그 정도의 베테랑들에게 부상이 찾아오면 선수는 단순히 회복만을 생각할 수가 없다. 잇따른 부상에 김강민의 머릿속도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끝에서 돌아온 후반기 첫 3연전, 선발로 출전했던 마지막 경기에서 김강민은 그 넓다는 잠실의 담장을 넘겼다. 김강민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목표가 우승이었어요. 그냥 이 팀 첫 번째 우승 언제 할까. 구단에서 지원해 주시는 부분들도 다 우승으로 가는 밑거름인데, 우승할 때까지 내 몸이 버틸 수 있나 그게 중요했던 거죠. 우승은 작년에 못했으면 올해도 할 수 있는 거고, 올해 못 하면 내년에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때까지 내가 선수로서 버텨야 하는데, 내가 성적이 나야 나도 이제 야구장에 있을 만한 납득이 되는 모습이 보여야지 그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게 엄청 큰 동기부여였죠."

그렇게 목표를 달성했다. 우승을 하자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의 기쁨 그 하나를 만끽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김강민이 말한 건 본인의 미래가 아닌 팀의 미래였다.

"솔직히 한 번 우승하는 팀들은 많아요. 사람들 생각 속에서 '이 팀 진짜 잘한다, 강한 팀이다' 소리를 듣는 팀들은 2년, 3년 한국시리즈를 나가고 우승하고 준우승하고 이걸 굉장히 많이 이어가는 팀들이에요. 두 번째 때도 성적이 나야 그다음에도 무섭고, 그래야 상대 팀들이 만나면 정말 치를 떠는 정도가 되지. 그럼 자동적으로 여기 있는 선수들은 세져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야구가 쉬워질 거예요."

#2 "재밌어서"

그렇다고 새 왕조를 이끌겠다는 마음을 갖고 시즌을 치르고 있냐 묻는다면, 조금은 다른 장면을 봐야 한다.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말하기 이전에, 출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경기를 뛰고, 기뻐하거나 아쉬워하는 것. 오래된 김강민의 일상이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야구장 나오면 애들하고 그렇게 야구하는 게 재밌어서 그래요. 그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나와서 유섬이나 정이나, 신수, 성현이, 태곤이, 뭐 이런 애들이요. 농담하고, 야구장에서 운동하고, 그게 제일 좋아요. 비시즌에도 마찬가지예요. 그걸 안 하면 좀 허전할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오래 하면 야구가 질린 적은 없으세요?"

"있죠. 질린 적도 많죠. 그러면 꼭 야구가 안 되더라고요. FA 첫해 의욕이 되게 많을 때잖아요. 모든 부분이 좋았는데 다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해가 제일 아쉽거든요, 2015년. 그래도 고액 FA였는데 첫해 그렇게 하니까 부담도 생기고, FA 4년이 제일 힘들었어요. 2018년 후반부터는 좀 다른 느낌이었고. 그때 그만둔다고 했잖아요."

"근데 매년 이렇게 같은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평생 하실 것 같아요."

"그럼 진짜 쇼킹이다."

#3 요주의 인물

꼭 작년 같은 그림이었다.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9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로 복귀한 김강민은 복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이튿날에는 대타로 들어서 두 타석에서 안타와 홈런을 쳤다.

"이번에도 엔트리 빠져서 10일 정도 쉬면서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그전에는 뭔가 모르게 되게 아픈 데도 많았고 정말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9이닝 뛰는 게 되게 힘겨웠어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그런 시기였는데, 지금 오히려 몸이 좋아요. 움직이는 것도 가볍고 잘 쉬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많이 관리를 해 주시고, 모든 코치님들, 특히 트레이닝 코치님들한테 '요주의 인물'이죠. 뻑 하면 아프다 하고, 뻑 하면 힘들다고 하니까. 그래도 많이 관리를 해 주시니까 그래서 조금 좋은 부분이 있고, 경기장에 나갔을 때만큼은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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