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직업은 변호사, 이 남자의 '60점 인생'
[허형식 기자]
"변호사는 저의 열 번째 직업입니다. 그리고 저는 N잡러입니다."
가까운 지인 중 50의 나이에 24번이나 이직한 사람이 있어서 웬만해선 아무 감흥이 없는데도, 위 문장은 내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제목은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라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어른 버전인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잠시, 책을 펼치는 순간 늦은 나이에도 성장 드라마를 쓰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 표지 |
ⓒ 멜라이트 |
30대라고 달랐을까. 학원 강사, 중소기업 해외 영업, 외국인 투자유치 업무 계약직 공무원,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등 이직과 전직으로 채워진 그의 갈지자 행보는 계속 이어진다. 도대체 어쩌려고 이렇게까지 무모할까 싶은데, 그런 생각에 결정타를 날린 게 바로 37살에 내린 변호사가 되겠다는 결정이었다. 이전의 아홉 번의 이직과는 완전히 다른, 판이 완전히 달라지는 선택 아닌가.
인생은 초단위로 가치가 변하는 암호화폐나 상장 주식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절대로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도 없고, 평가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 너무 일찍 실망할 필요도 없다. 최소한 5년, 10년이 지나야 그때 내가 했던 행동이나 당시 상황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내 인생이 완성된다.
- 32p
이 책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김태민이 변호사가 된 이후에 시작된다. 열 번째 직업으로 변호사가 되는 것?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 '역시 '사'자 붙은 직업이 최고야'라고 느껴 변호사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김태민은 자문회사만 30개가 넘고 적지 않은 금액의 상담료와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변리사, 세무사, 영양사, 한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보험설계사, 민간자격증 교육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재무설계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고, 라이브홈쇼핑 상품안내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하며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전제조건 : 지나치게 전력을 기울이지 말 것
이쯤 되면 이 사람 성격이 원래 대범하고 도전적인가 싶지만, 김태민은 '소심한 성격과 낮은 자존감으로 비롯된 우울함과 불안함'이 항상 곁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작은 성과가 자신감을 주고, 그 자신감을 쌓아가면서 발전하면 과정도 즐겁고 성공에 이르기 쉽다는 것을 체득했단다.
나는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100점이 아닌 60점을 커트라인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1p
2022년 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골든 티켓 신드롬'을 경고했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라는 낮은 확률의 '골든 티켓'에 전부를 거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태민도 20대에는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혔지만, 알량한 학벌이나 졸업장, 남에게 건네는 명함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만이 진정한 나로 사는 방법이라고 깨달았단다.
하는 일마다 족족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여전히 나는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배움에 도전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다른 것을 포기할 때 가능하다. 내가 싫어하고 잘하지 못하는 것과 부족한 것을 포기하고 피하면 의외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그 시간에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주어진 시간과 경제적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112P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있다. 100점 말고 60점만 맞아도 행복한 인생, 당장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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