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먹구름, 국책연구기관 KDI도 올해 성장전망 1.8→1.5%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주요 연구기관에서 새로 전망을 할 때마다 숫자가 내려가고 있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11일 KDI는 이런 내용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이날 회견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민간소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1.5% 성장에 그치며 지난해 2.6%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반기 들어서야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타겠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관측했다.
KDI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은 2.3%(지난해 5월)로 예상했다가 1.8%(지난해 11월)로 하향 조정했다. 올 2월 수정 전망 때 1.8%를 유지하더니 이번엔 1.5%로 낮춰 잡았다. 전년 대비 올 상반기 0.9%, 하반기 2.1%로 ‘상저하고(상반기 경기가 나쁘고 하반기 살아나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연간으로는 1%대 중반 낮은 성장률을 보이겠다는 진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 1.5%)과 동일하고 한국은행(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보다는 낮은 수치다. 국책기관인 KDI의 이런 전망은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치(1.6%)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도 된다. 지난 9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아예 1.7%에서 1.3%로 전망치를 대폭 내려 잡기도 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1%대 초반 성장 전망도 나온다.
한국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주요인은 역시 수출이다. KDI는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7.6% 감소하겠다고 예상했는데 이전 전망(-5.9%)보다 더 암울한 수치다. 반도체 부진, 예상을 밑도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 영향이다. 대신 KDI는 상품수지(61억 달러)와 경상수지(164억 달러)는 연간으로 흑자를 찍겠다고 봤다.
그나마 ‘녹색불’이 켜진 건 일자리 시장이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기존 10만명에서 27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용 부문에서) 제조업 부진은 2월 전망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서비스업 부분이 지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런 점을 반영해 올해 취업자 수를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측치는 3.5%에서 3.4%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외부 변수에 따라 변동이 큰 에너지ㆍ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3.4%에서 3.5%로 오히려 올려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물가 위기가 이어진다는 평가다.
천 총괄은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고용 여건이 유지되고 근원물가 상승세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적 거시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은 물가 상승세가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보다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와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고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금융시스템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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