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검찰 수사, 허점 투성이... 그런데 한상혁 면직?

신상호 2023. 5.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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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범행 동기, 녹취록 등 객관적 증거 부족... 방통위원장 면직 추진, 위법성 논란 불가피

[신상호 기자]

 지난 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앞 모습.
ⓒ 연합뉴스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 감점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정부의 면직 절차가 시작되면서 위법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한 위원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만큼 면직의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공소 사실 자체가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할 만큼 부실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유 불충분한 상황에서 면직 처리, 위법 소지"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한상혁 위원장의 면직 사유가 충분히 입증됐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면서 "사유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면직 처리가 강행된다면 위법 소지도 따져볼 수 있고, 한 위원장 입장에선 행정 법원에 효력정지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2019년 경기방송 재허가에서도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또다시 방통위를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검찰이 공개한 한 위원장의 공소 사실을 중심으로 향후 진행될 재판의 쟁점을 따져봤다. 먼저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중간 평가 점수를 보고 받고 담당 공무원들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심사 점수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2. 담당 공무원들은 심사위원 2명에게 심사 점수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TV조선은 중점 항목에서 과락을 받게 됐다.
3. 이에 따라 정상(4년) 재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TV조선은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게 되면서, 피해를 입었다. 

[쟁점 1] 정년 퇴임 3년 앞둔 국장, 대가 없이 위법한 지시 따랐다?

검찰은 당시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를 진행한 방통위 담당 과장과 국장이 점수 수정을 요구한 한상혁 위원장의 지시를 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 2명은 한 위원장의 '지시' 이후 심사위원 2명에게 점수 수정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주장대로 한상혁 위원장이 부당한 감점을 지시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위법한 지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향후 사법처리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위법한 지시를 따를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설사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들 국장·과장이 안정적인 직책과 신분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내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김창룡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역시 두 사람에 대해 "종편 심사에 관여할 동기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며 "행정직 공무원들의 경우 윗선이 부당 지시를 한다고 해서 절대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사 이후 한상혁 위원장이 이들을 특별 대우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

실제로 기소된 A 국장은 올해를 끝으로 정년 퇴직한다. TV조선 재승인 심사가 있었던 2020년, 정년을 3년 정도 남겨둔 상태였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 과장은 심사 이후에도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심사 이후 인사 등 정황을 보면 해당 공무원들이 위원장의 위법한 지시가 있었다해도 이를 그대로 따랐는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사 실무를 맡은 담당 국장과 과장이 TV조선에 대한 감점을 주도했다면 검찰로서는 이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동기를 입증해야 한다.

[쟁점 2] 안티조선 세력의 조직적 개입? 하지만 TV조선 재승인은 통과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반조선일보' 세력이 TV조선의 종편 재승인을 막기 위해 부당하게 고의 감점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낸 보도자료에는 "한상혁은 평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TV조선의 종편 재승인을 불허하기 위해",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A를 심사위원 선정 절차를 무시하고" 등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검찰은 TV조선의 재승인을 불허하기 위해 한 위원장이 고의 감점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지만, 심사 결과는 반대였다. 2020년 TV조선은 1000점 만점 중 653.39점을 받아 재허가 기준점인 650점을 넘겼다. '점수 수정'이 이뤄진 뒤에도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당시 TV조선이 재승인을 받자, 언론시민단체들이 오히려 'TV조선 봐주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다만 TV조선은 방송의 공적책임 등 중점심사항목에서 총점의 50%가 미달돼,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불이익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동안 방통위의 재승인 결과를 살펴보면 조건부 재승인이 TV조선에 대해서만 이뤄진 것도 아니고,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지난 2020년 12월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선 KBS제2DTV, SBSDTV가 재허가 점수 650점 미만을 받아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11월에는 MBN(매일방송), 2019년 12월에는 OBS가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이름이 알려진 방송국들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는 일이 그만큼 흔하다.

과거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조건부 재승인 제도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미흡한 방송국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공적 장치"라며 "조건부 재승인을 받는다고 방송국이 문을 닫지도 않고 제도도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 전파를 쓰는 방송국이 미흡한 경영을 하고 있음에도 점수를 높게 준다면 그것이 오히려 직무 유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쟁점 3] '강한 불만'이 점수 수정 지시로 연결? 객관적 증거 나올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의혹' 관련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검찰은 한상혁 위원장을 기소하면서, 한 위원장이 당시 재승인 가채점 점수를 보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했다. 

강한 불만을 표시했는지도 사실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강한 불만을 점수 수정 지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음성녹음이나 녹취 등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위원장은 "억울하고 당황스럽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을 줄곧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향후 재판부에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사점수표에는 점수 수정 과정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방송통신위는 당시 심사위원이 평가 과정에서 점수표에 기입된 점수를 수정할 경우, 기존 점수에 두 줄을 긋고 새로운 점수를 적어내도록 했다. 점수 수정 이력을 남겨, 평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심사위원들의 점수 수정도 이런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방통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검찰 주장대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점수 수정이 이뤄졌다면, 수정 이력이 남는 방식으로 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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