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차트 장악한 피프티피프티, 성공요인 둘
[박수진 기자]
피프티피프티의 싱글 '큐피드(Cupid)'의 기세가 상당하다. 지난 5일(현지 시각) 공개된 영국의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 9위로 안착하며 K팝 여성 아이돌 그룹 사상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가 하면, 9일(현지 시각) 미국의 빌보드 핫 100차트에선 19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4일 발표된 노래로 각각 6, 7주 연속 꾸준히 차트 상승을 이어가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현재 위 차트에서 이보다 높은 성과를 낸 건 빌보드 핫 100차트 13위에 오른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Ice Cream)'이 전부다. 이 곡이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한 '영어 가사' 노래라는 걸 감안 하면 '큐피드' 쪽엔 눈에 띄는 승부 요인이 없다. 2022년 말 데뷔해 이제 막 한 장의 EP < THE FIFTY >를 발매한 이들이 어떻게 국내를 넘어 영미 차트를 날아다니게 됐을까. 그 요인을 분석해 본다.
▲ 피프티 피프티의 모습 |
ⓒ 어트랙션 |
피프티피프티의 흥행에서 눈 여겨봐야 할 지점은 이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그래미와 IT 매체 '매셔블', 인도의 유력지 'India Today', 인도네시아의 대형 미디어 DETIK 등 해외에서 일찍이 '2023년에 주목할 K팝 그룹'으로 피프티 피프티를 선정했다.
핵심은 음악에 있다. 과거 해외 음악 차트 상위권을 순항한 모든 K팝이 대형 기획사의 대규모 마케팅과 팬덤 등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이들의 무기는 그저 '음악'이다. 그룹이 속한 중소기획사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 역시 이점에 집중했다.
대중음악 웹진 이즘(IZM)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방법을 모색"했고, "진정성 있는 보편적인 음악"을 그 해답으로 삼았다면서 "노래 300곡 중에서 4곡을 선곡해 지난해 발표한 데뷔앨범 < The Fifty >에 수록했고 이 중에 '러빈미(Lovin' me)'를 작곡한 스웨덴 출신 작곡가 아담 폰 멘처에게 '큐피드'도 부탁했다"며 노래 탄생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큐피드'는 앞선 음반의 수록곡 '러빈 미', 타이틀 '하이어(Higher)'와 같이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다. 요새 유행하는 힘센 전자음이 없고 템포도 빠르지 않다. 화려한 편곡 없이 되려 담백하고, 따뜻한 디스코팝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 편안함에 탄탄한 선율이 얹어지며 강한 시너지를 냈다.
2019년 뮤지션 도자캣의 '세이 소(Say so)'가 흥행하며 해외 리스너에게 익숙해진 디스코팝을 근간으로 했다는 점 역시 '큐피드'의 화살이 해외 음악 시장에 정통으로 꽂힌 이유 중 하나다.
틱톡이 픽한 스페드업(Sped-up) 송
시작부터 외수 시장을 염두에 뒀다는 전 대표의 말처럼 '큐피드'는 영어 버전을 동시에 발매하는가 하면, 여러 국가의 언어로 해석한 노래 가사를 유튜브 영상에 실어 해외 팬 공략에 공을 들였다.
▲ 틱톡에 업로드된 '큐피드' 영상 |
ⓒ TikTok |
주로 뮤지션 측에서 마케팅을 위해 각종 챌린지를 만들며 틱톡을 통한 홍보를 유도한다면 '큐피드'는 리스너가 먼저 노래를 '발견'했다. 여기에 차이, 차별점이 있다.
틱톡의 또 다른 놀이 문화로 자리한 스페드업(Sped-up, Speed up의 준말로 노래의 속도를 최대 150% 이상으로 올린 음원) 또한 '큐피드'에 날개를 달아준다. 유난히 원곡의 템포가 느린 노래였기 때문에 스페드업 즉, 속도를 올렸을 때 더 잘 놀 수 있는 곡이 됐다.
마음을 뺏긴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쉬운 가사도 틱톡으로 놀기에 적합했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난해한 가사가 없어 접근이 어렵지 않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공감대 넓은 노랫말 덕에 '큐피드' 영상엔 저마다의 경험담이 담기기도 한다. 일회성 댄스 챌린지 이상으로 노래가 많은 대중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 보여주는 사례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간다는 면에서 반가운 역주행이다. 영국 차트에 96위로 진입 후, 61위, 34위, 26위, 18위, 9위로 순위 상승을 일궜고, 미국 차트에선 94위, 85위, 60위, 50위, 41위, 19위로 순위 상승에 가속도를 내는 추세다.
거대자본이나 기획사의 노림수 없이 좋은 음악과 시대적 배경이 만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일지, 매주 차트 업데이트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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