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이재용 배당금만 받는데…"유산취득세로는 부족, 자본이득세 도입"

문채석 2023. 5.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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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상속증여세 근본적 개편 요구
韓,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OECD 1위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A사 대주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100억원어치 상속 주식을 120억원어치로 평가받은 것. 결국 120억원의 50%(상속세 최고세율)인 6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대주주 등에게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을 20% 올리는 현행 제도 때문이다.

#B사 대주주는 300억원어치 상속 주식을 100억원에 취득했다. 상속받을 때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후 주식을 500억원까지 불린 뒤 팔았다. 차익 400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만 부담했다.

A사 대주주 사례는 2023년 한국 현실이다. 할증평가 때문에 상속 주식에 세금이 더 붙는다.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면 B사 대주주처럼 상속 주식 이득·손실에 붙는 세금만 내면 된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행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경연은 정부 유산취득세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재산 물려받는 자)이 받는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체계다. 기존엔 피상속인(재산 물려주는 자)이 남긴 재산 총액에 배우자 공제, 미성년자 공제 등도 적용해 세액을 매겼다. 가족 내 미성년자 수 등에 따라 세액 공제 규모가 달라지곤 했다.

한경연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0.7%로 세계 1위라고 설명했다. 직계비속(아들·손자) 기업승계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2위다. 대주주 등에게 주식을 물려받으면 20% 할증평가가 붙는다. 사실상 세율 60%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세계 최고다.

예를 들어 '무보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로 주식으로 상속받는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작년 배당금 3048억원을 받았지만 이건희 선대회장 주식 상속세 2조9000억원을 6년에 걸쳐 매년 나눠서 내야 한다. 올해는 4891억원을 부담한다.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연 이자율 1.2%가 붙기 때문이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한국만 최대주주에게 획일적인 할증평가를 하고 있다"며 "주식에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실질과세원칙은 소득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는 원칙이다.

임 위원은 "특히 상속세는 기업실체 변동 없이 피상속인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 이전되는 과정에서 붙는 세금이라 기업승계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대주주가 재산을 상속받아도 기업 근로자, 자산, 사업 내용 등(기업실체)은 바뀌지 않는데 대주주에게만 할증 부담을 지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0월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물론 대주주는 주식 배당금으로 상속세를 내면 된다. 하지만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임 위원은 "상속세 재원 조달 방안으로 배당 확대가 거론되지만, 지나친 배당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더라도 경영권 승계 및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가업상속공제 제도 2016~2021년 연평균 이용건수는 95.7건, 총 공제액은 2967억원이다. 같은 기간 독일 실적은 연평균 1만308건, 163억유로(약 23조8000억원)이었다. 작년 말 중견기업 상속세액 공제 한도를 넓혀주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은 "적용대상을 중견기업 일부까지만 확대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한경연은 상속세율을 최고 50%에서 30%로 낮추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B사 대주주처럼 주식 차익 세금만 내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임 위원은 "우선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낮추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추후 상속자산을 처분할 때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만 내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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