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이정후·한유섬 '원상 복귀'…강백호는 마이웨이
안희수 2023. 5. 11. 10:47
타격 폼 변화를 시도한 KBO리그 대표 타자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강백호(24·KT 위즈)의 도전만 진행형이다.
2023시즌 초반,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다. 지난 시즌(2022)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MVP(최우수선수)까지 수상했던 그가 4월 한 달 동안 타율 0.218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지난겨울 톱 포지션(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을 귀 아래로 내렸고, 준비 자세에서 양 발의 폭을 좁히는 등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빠른 공을 잘 치기 위해서였다. 달라진 폼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결국 다시 지난 시즌 폼으로 바꿨다. 스탠스를 넓혔고, 톱 포지션 위치도 다시 귀 부근까지 올렸다. 배터 박스 가로축과 수직을 이루던 뒷발(좌타자의 왼발)의 위치도 지난 시즌처럼 투수 방향으로 45도 정도 꺾어서 두기 시작했다.
이제 테이크 백을 할 때 시즌 초보다 더 뒤(포수 방향)로 당긴 뒤 배트를 낸다. 뒷발 끝 방향에 변화를 주면서 골반 회전에 힘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모두 지난 시즌 모습이다.
이정후는 9·10일 LG 트윈스전에서 2경기 연속 2타점씩 기록하며 반등했다. 10일 경기 뒤 “가능한 편하게 치려고 하다 보니 예전 자세로 돌아가더라. 이번 시리즈(LG전)에서 조금 나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SSG 랜더스 통합 우승 주역이자 리그 대표 거포 한유섬(34)도 시행착오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유섬은 뒷발은 홈플레이트에 가깝게 하고 앞발(이동발·좌타자의 오른발)은 멀리 두는 '오픈 스탠스'로 타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배터 박스 세로선과 양발을 평행하게 두는 '스퀘어 스탠스'에 가까운 자세를 취했다. 양 발 사이 폭도 좁아졌다. 타세도 지난 시즌보다 높아졌다.한유섬은 기존 폼이 힘을 과하게 쓰게 된다고 여겼다. 간결한 스윙이 어려웠다고 본 것.
하지만 바뀐 폼은 효과가 적었다. 한유섬은 4월 한 달 동안 출전한 20경기에서 타율 0.183에 그쳤다. 홈런은 1개도 없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결국 한유섬도 원상 복귀했다. 오픈 스탠스로 돌아갔고, 뒷다리(왼 다리) 무릎도 낮췄다. 한유섬 자신도 “자신 이전 폼으로 돌아간다”라고 선언했다. 한유섬은 지난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7회 초 타석에서 리그 대표 ‘파이어볼러’ 안우진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호쾌한 2루타를 쳤다. 명예회복 신호탄을 쐈다.
이런 상황 속에 가장 주목되는 건 강백호다. 그도 데뷔 뒤 가장 큰 변화를 줬다. 앞발(좌타자의 오른발)을 배터 박스 상단 우측 모서리 부근까지 둘 만큼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를 했던 그가 스퀘어 스탠스로 바꾼 것. 톱의 위치도 가슴을 세로 선으로 나눴을 때 앞(투수 방향)에서 뒤(포수 방향)으로 옮겼다. 테이크 백을 간결하게 만들어 퀵모션(슬라이드 스탭)이 빨라진 리그 투수들에 대비하려 했다.
시즌 첫 15경기에서 타율 0.344·3홈런을 기록하며 펄펄 날던 강백호는 이후 12경기에선 타율 0.167에 그쳤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다. 그사이 팀도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심적 압박이 커진 상황 속에서 바뀐 타격 폼과도 싸우고 있다.
강백호는 아직 바꾼 폼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더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 뒷발(좌타자의 왼발)을 앞발(세로선 기준)보다 멀리 두는 클로즈드 스탠스를 할 때도 있다. 투수의 투구 동작이 시작될 때 앞발을 먼저 든 뒤 축이 되는 다리(왼발)로 지탱한 채 스윙 타이밍을 맞추는 모습도 이전과 달라졌다. 마치 일본 야구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가 자국 리그(NPB)에서 뛰던 시절 트레이드 마크처럼 쓴 ‘시계추 타법’과 흡사했다. 하체의 중심 이동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길어진 것 같았다. 여기에 폴로 스루는 더 크고 빨라졌다. 헛스윙을 하면 ‘선풍기 스윙’이라는 조롱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강백호는 타격 폼 수정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투수가 150㎞/h만 던져도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올 시즌 1~2년 차 문동주와 김서현이 160㎞/h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고 있다. 상황에 맞게 타자가 자신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강백호는 부진했던 최근 12경기에서도 홈런 2개를 쳤다. 지난 9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이전 6경기에서 피홈런이 1개도 없었던 ‘0점 대 평균자책점’ 투수 에릭 페디로부터 홈런을 쳤다.
지난 2019년 동영상 전문 사이트에 강백호의 초등학교 시절 타격 모습이 게재된 바 있다. 지난 시즌까지 보여준 폼과 똑같았다. 강백호는 야구를 시작한 시점부터 유지하던 폼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것. 그 폭이 이정후·한유섬보다도 컸다. 지난 시즌도 부상 탓에 부진했던 강백호. 현재 타율(0.272)과 홈런(5개)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그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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