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50㎞, 구속과 함께 자신감까지 끌어올린 KIA 최지민
KIA 타이거즈 최지민(20)은 최근 시속 150㎞ 강속구를 뿌렸다. 2년 사이 고교 때에 비해 공이 빨라진 '좌완 파이어볼러'의 등장에 KIA 팬들도 설레고 있다.
지난해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입단한 최지민은 강릉고 시절 뛰어난 투수였다. 직구와 슬라이더 제구가 뛰어나 1년 선배 김진욱(롯데), 동기 엄지민(연세대)와 함께 강릉고의 전국대회 우승을 견인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건 스피드였다. 최고 시속은 143㎞, 평균 구속은 140㎞를 넘기지 못했다.
기대 속에 1군 데뷔전을 치른 최지민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6월까지 세 차례 1, 2군을 오갔지만 내용이 나빴다. 당시 전력강화 코디네이터였던 손승락 KIA 퓨처스(2군) 감독은 "지민이가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풀죽은 고등학생 같은 모습이었다. 측정 장비로 구속을 재니 130㎞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그러던 최지민이 달라졌다. 올 시즌 최지민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1㎞다. 프로 첫 해인 지난해보다는 4㎞ 가량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LG전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150㎞를 찍으며 데뷔 첫 홀드도 올렸다. 10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선 데뷔 이후 최다인 2와 3분의 2이닝(2피안타 무실점)을 투구했다.
달라진 구속만큼 성적도 좋아졌다. 최지민은 올해 13경기에서 17이닝을 던지면서 3점(평균자책점 1.59)만 내줬다. 김종국 KIA 감독도 "구위가 좋아 왼손 타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선발도, 마무리도 가능하다"고 칭찬했다. 최지민의 성장으로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김기훈, 김대유, 이준영 등 KIA 좌완투수진은 더 강력해졌다. 신인왕에 도전할 자격도 있다.
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최지민은 구속향상 이유로 "2군에서 준 프로그램을 열심히 하고, 질롱코리아에서 (호주리그 경기에 출전하며)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최지민은 질롱에서 17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47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KIA는 미국 야구 아카데미인 드라이브라인 시스템을 최근 2군에 접목하고 있다. 최지민은 "프로에 와서 처음 해본 훈련이다. 꼬임 동작을 투구 메커니즘에 활용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공이 빨라진 느낌이다. 웨이티드 볼(야구공보다 더 무거운 연습용 볼)도 썼다"고 했다.
공이 빨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솟아났다. 최지민은 "작년에는 무조건 코스를 잘 찔러야 타자와 승부가 됐는데, 빨라지다 보니 가운데 보고 던져도 못 치는 경우가 있다. '발전했구나'란 느낌을 받았고, 이닝을 잘 막고 내려올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속을 확인하기 위해)전광판을 보지는 않고, 타자에 신경 쓴다"고 했다.
김진욱과 최지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교 시절 함께 활약했고, 같은 좌완이다. 두 사람은 여전히 자주 연락하는 친한 사이다. 최지민은 "(진욱이 형과)경기가 끝나고, 서로 잘 던지면 '나이스볼'이란 메시지도 주고 받는다. 경기 전에도 시간 되면 일상 생활 이야기를 한다. 같이 등판했을 때 재미있었다. 형보다 더 잘, 길게 던지고 싶기도 했다. 둘 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데뷔 초 고전했던 김진욱도 올 시즌 롯데 불펜의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최지민은 "고등학교 2학년 땐 진욱이 형 제구력이 더 좋았고, 3학년 때는 제가 더 좋았다. 지금은 비슷한 것 같다"고 웃었다.
최지민은 24세 또는 프로 4년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청소년 대표로 뽑혔으나 코로나19로 대회 출전이 무산됐던 최지민으로선 태극마크를 다시 달 기회다. 최지민은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은 없다. 잘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아시안게임도 생각하진 않고, 평소대로 똑같이 하고 있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 손승락 감독이 본 최지민의 구속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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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민은 손승락 감독과 어떤 훈련을 했느냐고 묻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몸으로 배웠다. 몇 명이 따로 집중훈련을 받고, 러닝도 따로 했다"고 전했다. 손승락 감독은 "아마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라고 웃었다.
손 감독은 2군으로 내려왔던 최지민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손 감독은 "랩소도(투구 데이터 분석장치)로 쟀을 때 구속이 130, 131㎞ 정도였다. 지민이가 힘들어보여서 휴식도 줄 겸, 내 아카데미에서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자신감이 없어 눈치를 보는 고등학생 투수 같았다. 자기 주도적인 훈련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김동후 스트렝스 코치와 함께 집중훈련을 시작했다. 체격은 큰데, 근력이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먼저 체력을 끌어올리고,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 중 필요한 것들을 알려줬다"고 했다. 또다른 포인트는 '휴식'이었다. 손 감독은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손승락 감독은 "최지민 스스로 해낸 것"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포기하고 싶기도 했고, '군대에 갈까'란 생각도 할 수 있었다. 구속이 떨어져서 '내가 왜 이럴까'란 생각을 하고, 약해지는 게 보여 내가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눈물도 보였지만 '감독님, 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고 했다.
손 감독은 "지민이가 이를 갈고, 열심히 했다. 고생 많이 했다. 몸동작 꼬임이 왜 중요한지, 공이 왜 옆으로 빠지는지, 왜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하는지, 슬라이더를 어떻게 던지는지 등을 가르쳐줬는데 '잘 받아먹었다'. 그런데 시즌 끝날 때라 아쉬웠다"며 "자신감을 내가 넣어줄 순 없다. 호주에서 경기를 통해 마음껏 던지면서 완성한 것 같다"고 했다.
」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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