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FA' 결장? 한화엔 '거포 3루수' 노시환이 있다
[양형석 기자]
한화가 안방에서 삼성을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5-1로 승리했다. 전날 토종 에이스 김민우를 내세우고도 삼성에게 11안타를 허용하며 9점을 내주고 패했던 한화는 이날 삼성 타선을 단 1안타로 꽁꽁 묶으며 5연패에 빠진 최하위 kt위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10승1무19패).
▲ 지난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초 1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한화 노시환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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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단위로 등장한 독수리 3루수 계보
3루수는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포지션으로 많은 구단이 3루수 문제 때문에 고전하지만 한화는 1990년대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3루 포지션에는 큰 걱정이 없었다. 한화의 3루수는 199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새 얼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글스 3루수 계보의 첫 번째 선수는 1989년 1차지명으로 빙그레에 입단해 90년대를 대표했던 이글스의 대표 3루수 강석천(두산 베어스 잔류군 재활코치)이었다.
사실 강석천은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대화나 지금의 최정(SSG랜더스)처럼 뛰어난 장타력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건실한 수비와 정확한 타격, 빠른 발을 겸비한 선수로 지금의 허경민(두산)과 비슷한 유형의 3루수 자원이었다. 특히 강석천은 한화가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99년 한화의 1번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303 131안타5홈런42타점65득점24도루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강석천은 2003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했지만 한화는 3루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2000년 한화에 입단해 2000년대를 대표하는 한화의 3루수이자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꽃범호' 이범호(KIA타이거즈 타격코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커리어 초기 유격수와 2루수를 맡기도 했던 이범호는 2003시즌부터 한화의 붙박이 3루수로 활약하며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2000년대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강석천이 가지지 못했던 뛰어난 장타력을 보유했던 이범호는 2005년 26홈런68타점, 2006년 20홈런73타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현재까지도 이범호가 유일하다. 국제무대에도 강했던 이범호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주전 3루수로 나서며 타율 .400(20타수8안타)3홈런7타점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2010년대 한화를 대표하는 3루수는 송광민이었다. 물론 한화의 암흑기에 활약했던 3루수였기 때문에 크게 빛이 나진 않았지만 송광민은 2016년 타율 .325 17홈런83타점, 2017년 타율 .327 13홈런75타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한화의 붙박이 주전 3루수였던 송광민은 2020 시즌이 끝나고 현역생활을 마감했지만 한화는 이번에도 3루 공백이 발생하지 않았다. '특급 유망주' 노시환이 곧바로 그 자리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 5년 차 노시환, 드디어 잠재력 대폭발?
울산광역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노시환은 고교야구 최고의 거포 내야수로 주목 받으면서도 연고구단 롯데 자이언츠에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진 2차지명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해외파가 대거 참가했던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는 이대은과 이학주(롯데)가 나란히 1,2순위 지명을 받았고 순수 고교졸업 예정자 중에서는 노시환이 전체 1순위였다.
한화는 노시환을 간판 타자로 키우기 위해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91경기에 출전시켰지만 노시환은 첫 해 타율 .186 1홈런13타점에 그치며 프로의 쓴맛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화의 주전 3루수로 자리잡은 2020시즌에는 106경기에서 12홈런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였고 2021년에는 107경기에서 타율 .271 18홈런84타점을 기록했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리그 전체에서도 돋보이는 거포 유망주로 성장한 것이다.
노시환은 작년에도 115경기에서 타율 .281와 122안타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실책을 10개로 줄이며 한층 안정된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정작 기대했던 홈런은 2021년의 1/3 수준인 6개로 뚝 떨어졌고 장타율도 .382에 그쳤다. 안정된 활약을 통해 한화의 간판선수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최정의 뒤를 잇는 한국야구의 '거포3루수'와는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노시환은 올 시즌 다시 프로 입단 당시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거포 3루수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올 시즌 한화가 치른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노시환은 타율 .356(3위)6홈런(공동2위)18타점(공동8위)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0일 삼성전에서는 삼성의 토종에이스 원태인을 상대로 4회 결승 투런포에 이어 6회 쐐기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5월에만 두 번째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최고의 격전지로 꼽히는 포지션은 2000년생 동갑내기 노시환과 문보경(LG 트윈스)이 경쟁하는 3루수다. 문보경 역시 올 시즌 타율 .291 1홈런16타점22득점4도루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류중일 감독의 낙점을 받을 선수가 누구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보여주는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노시환이 항저우에서 태극마크를 달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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