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재발 자유’를 위해 ‘스트레스 자유’부터 이루세요

이병욱 드림 2023. 5. 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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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이병욱 박사의 <석파정의 오후> 35X25cm Rotring pen on paper 2020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1936년 한스 셀리에라는 헝가리 출신의 내분비학자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는 스트레스를 ‘모든 변화 요구에 대한 신체의 비특이성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인체 항상성을 바꾸어 놓는 모든 것이라는 말이지요.

스트레스가 심각해지면 마음에는 강직이 일어나고 몸에는 경직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몸은 체온이 떨어지고, 순환이 더뎌지고, 신경이 긴장하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순환력이 떨어지니 산소 공급이 떨어지고, 조직 공급이 떨어지고, 영양 공급이 떨어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말랑말랑한 스펀지 같은 마음가짐과 생각을 만들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활성화됩니다.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깊어지면 심각해지고 낙심과 슬럼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삽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것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겠지요. 제가 추천하는 스트레스 탈피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사에 너무 심각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2) 마음과 신경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서울대병원 원장을 지냈던 한만청 박사는 항암화학 요법 치료 시 독서를 많이 하며 집중력을 높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신경을 분산시켜 심각한 상황 중에서도 잘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3) 취미생활을 해야 합니다. 4)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5) 말씀과 책 읽기를 통해 묵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6) 운동을 하며 몸에 생동감을 줍니다. 7) 적절한 외식을 하며 좋은 식사를 합니다. 8) 친한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합니다. 새로운 만남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며 수다를 떠는 것도 좋습니다. 9) 가까운 곳으로 당일 여행을 갑니다. 먼 곳으로 여행하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근처 숲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마시고, 옛 성곽 길을 찾아가 천천히 걷습니다. 10) 깊은 잠을 청하고, 수면의 질을 높입니다. 11) 좋은 음악을 듣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했던 고창순 박사는 항암 주사를 맞을 때마다 클래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음악회나 연극 관람 등으로 기분 전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12) 감사 일기를 써봅니다. 13) 미래를 구상해 봅니다. 암이 낫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를 가 볼 것인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재발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먼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마음과 몸의 긴장감이 행복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스트레스가 없으면 죽은 생명일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 스트레스를 어떤 강도로 받아들이는가, 어떻게 바꾸는가 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스트레스를 줄여 완충하고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보지 않는 방법이 지혜로운 해결법입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그로사스와 마티섹이 중부 유럽인을 대상으로 성격과 암 발생 상관관계를 연구해서 정신신체의학지에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감정 억압의 성향이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암 발생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와 비슷한 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좋은 며느리, 좋은 부모라는 말을 듣기 위해 시모와의 갈등 속에서도 참고 살았던 유방암 환자였습니다. 그분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아들과 결혼해서 살았는데, 결혼 생활 동안 시모와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인지 50대 초반에 암이 생겼습니다. 이 암이 결국 간으로 전이돼 저희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4기였습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 세월 가족 내에서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그 환자에게 “시어머니를 용서하려 노력해 보십시오. 남편이 얼마나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까?”라고 이야기하고, 남편에게는 시모와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시모에게 며느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게 하고, 며느리에게는 시모가 좋은 분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해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점차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하자 간 이식을 하지 않으면 2~3개월 사는 것도 힘들다고 했는데도 무려 5년 이상을 더 살게 됐습니다.

또 다른 환자도 있습니다. 캘리그래피를 하는 단아한 목사님 사모님이십니다. 글씨를 얼마나 잘 쓰는지 전국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여러 번 수상했을 정도라 학원에서 틈틈이 글씨 지도도 했습니다. 유방암 진단을 받자 주위에서는 모두 이 일을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까 염려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환자는 글씨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지요. 저도 그 재능이 아까워서 계속하라고 했습니다. 병 치료에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습니다.

외래에서 만날 때마다 늘 진료 말미에 “글씨 많이 쓰셨어요?” 하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국 캘리그래피 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로 마음을 다스리며 즐겁고 기쁘게 산 이 환자는 지금 2년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씨를 쓰고 가르친 것이 암 투병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고통 중에 있더라도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지 말고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가치 있는 삶으로 가는 희망과 소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암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스트레스 자유가 되고, 암 자유가 되고, 재발 자유가 되는 놀라운 은혜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작은 희망, 작은 소망을 품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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