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은 챗GPT '열공'…정치권, AI에 꽂힌 이유는
여야 의원 "챗gpt야 반박 자료 써줘"
관련 법안 12건 발의…입법은 걸음마 단계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의 열풍이 국내 정치권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챗GPT를 통한 '보도자료 만들기'부터 지방자치단체 발전에 필요한 '정책 제안 요구'에 이르기까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챗GPT를 경험·활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 신년사를 '챗GPT'에 시켜봤다고 했을 정도다.
국회도 챗GPT관련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인공지능(AI)에 관심있는 의원을 중심으로 토론회는 빈번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인 것은 드물었다. 하지만 입법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법안, 정책 마련을 통해 세계 초일류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만큼 AI시대가 가져올 격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팽배하다는 뜻이다.
◆김진표 "新성장동력 절실…의장 명의로 직접 법안도 내겠다"
11일 국회 의장실에 따르면 최근 김 의장은 AI관련 입법 마련과 예산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의장 공보실 관계자는 "김 의장은 국내 경제가 심각한 '복합 경제위기(퍼펙트스톰)'에 놓였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을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달했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최후의 승자는 벤처 스타트업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AI시대 대응책과 이와 관련한 교육개혁에 대한 자문을 많이 듣고있다. 기업들의 요구 사항에 적극 귀기울여 정부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힘써 달라고 당부하기도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 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벤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법·정책 방향' 간담회를 열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은 모두 의원실로 통지해 정기국회 이전 필요한 입법과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한 AI관련 활동의 연장선이다.
지난달 18일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과 접견한 이후 김 의장은 AI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미스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장은 AI관련 산업의 육성과 규제 간 조화를 강조하는한편, MS의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미스 부회장이 마이크를 든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강연을 경청했다. 챗GPT를 시연하는 장면에서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과 고개를 끄덕이며 때때로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개혁'을 주제로 한 국가현안 대토론회를 열어 '패러다임 혁신'을 설파했다. AI시대에 맞는 인재양성 및 교사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인재들이 '의대'만 바라보는 현실에 대해선 "모두 의사가 되려고만 하면 (그 사회는) 망한다"면서 "100년 전에나 썼던 (교육)방법을 (아직도)시키니까 대한민국 전체가 바보들의 행진이 계속되는 거 아니냐"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양성과 융합,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AI시대 변화에 필요한 역할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전날 벤처·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은 각 당 교섭단체 및 관련 상임위원장 및 간사에게 전달하고, 필요할 경우 의장 명의 법안 발의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가 오찬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며 4시간이나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 정도로 '진심'이라는 얘기다. 이어 "관련 부처와 국회가 논의를 해서 한 달 내 구체적인 입법을 내놓기로 했다"며 "(김 의장은)'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 뽑아보자고 했다.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6월, AI 관련 기업 육성 법안 등이 발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챗GPT·AI 주목하는 정치인들…"반박자료 써 줘"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AI시대 변화 대응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챗GPT 시대 대응과 과제 좌담회'를 열고 정부·국회·사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당 과학기술특위 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챗GPT의 출연으로 인공지능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지 알아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고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9일에는 챗GPT와 생성형AI 윤리 문제와 해결방안을 다룬 세미나가 전 국민 대상으로 열린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해 안전하고 바람직한 AI보급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발 빠른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현장에서 챗GPT 기술을 접목해 사용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3일 전국 최초로 챗GPT 활용방안 공모전을 개최했다고 알렸다. 그는 "법무·조달·복지·교통 등 다양한 분야 도정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도정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챗GPT를 활용해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인공지능' 발의안 12개, 통과 가능성은 '0'정치권에서도 챗GPT에 관심은 뜨겁지만, 관련 입법은 걸음마 단계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공지능 관련해 국회 계류된 법안은 총 12개다. 인공지능 개발·이용에 관한 기본 원칙과 사업자의 책무, 이용자의 권리 등의 규정을 골자로 한 '인공지능책임법안(2032년)',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분야에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을 제정토록 하는 '인공지능교육진흥법안(2022년, 2021년)', 인공지능전문기업에 대해 조세 및 부담금 감면 등 체계적인 지원을 마련토록 한 '인공지능산업육성법안(2020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부는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AI 촉진 법안들이 있지만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관련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이를 전담하는) 교육개혁특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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