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채한도 실무진 협상 돌입…무디스 “디폴트 가능성 10%로 상향”

전웅빈 2023. 5. 1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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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한도 협상 결렬 직후 여야는 지도부 참모진 중심의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제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이르면 6월 1일)이 가까워져 오면서 협상 가능 영역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10%로 상향 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뉴욕주 발할라 연설에서 “마가(MAGA) 공화당은 말 그대로 디폴트를 위협하면서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 위험하고 말이 안 된다”며 “지금은 경기침체를 위협하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빚진 돈을 떼먹는 나라가 아니다”며 디폴트 문제는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와 예산은 별개의 내용이어서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부채 문제를 책임 있게 관리하려면 예산 문제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최근 부채한도 기한을 연장하거나 늘리는 대신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1300억 달러 줄이고, 향후 10년간 4조5000억 달러 감축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하원에서 단독 처리했다.

전날 지도부 간 논의에서도 양측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예산에서 삭감할 곳이 있는지 수차례 물었지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 과정에서 양측은 타협 가능 영역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구호 자금 중 미사용액(800억 달러 미만)을 환수하라는 공화당 요구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허가를 가속하는 법안에 대한 지지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프랭크 루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제안한 예산 삭감 범위와 민주당의 지출 폭증을 늦출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참모진 회동을 통해 접점 찾기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백악관 참모진은 의회 지도자 참모들에게 (협의하러) 갈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2일 의회 지도자들을 다시 만날 때까지 매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부채한도 제도는 1차 세계대전 때인 1917년 만들어졌다.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면서 정부의 전쟁 비용 조달을 원활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2차 세계대전이 임박했던 1939년 의회는 총부채 한도를 설정하고 재무부에 어떤 채권을 발행할지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한도를 높이면 정부는 의회가 승인한 지출과 세금 간 차이를 메우기 위해 손쉽게 차입을 할 수 있게 됐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첫 갈등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1953년 국도 건설을 위해 요청한 인상요청을 상원이 보류했던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로도 부채한도는 디폴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1960년 이후에만 의회는 78차례 상한선을 올렸다. 공화당 정권 때 49차례, 민주당 정권 때 29차례다. 부채한도는 2021년 마지막으로 인상돼 현재 3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결제 부채 잔액은 30조9289억 달러 수준이다.

부채한도 문제가 여야 갈등으로 비화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지출보다 씀씀이가 대폭 커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정치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비용 등 정부가 지출해야 할 항목이 커졌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감세 정책 등으로 세수가 줄면서 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커졌고, 그만큼 부채한도도 많이 증가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갈등도 같은 구조에서 비롯됐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지출을 문제 원인으로 지적하고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인플레이션감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자 보조금 등 세액 공제 등을 삭감대상으로 꼽고 있다.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나 저소득 식품 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 수급 요건 강화 조건도 내걸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부유층과 대기업 세금 감면으로 세수가 부족한 게 부채 증가의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부채한도 인상 찬성과 반대는 각 44%, 45%로 팽팽했다. 지지 정당 성향별로 의견이 갈렸다.

무디스는 이날 디폴트 가능성을 기존 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또 디폴트 발생 시 워싱턴 DC나 알래스카, 하와이, 뉴멕시코 등 국립 연구소나 군사기지와 같은 연방 기관에 의존하는 지역에 즉각적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폴트로 700만 개 넘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 가치는 즉각 2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크 잔디 애널리스트는 “한때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이제는 진정한 위협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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