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급증하니…소비자 피해 접수 10배 늘어"

2월 국외여행 관련 상담 전년比 931.4%↑
글로벌 OTA 활성화…취소·환불 지연 등 신고

A씨는 올해 초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지난해 12월 국내 한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다. 계약금 명목으로 1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일정을 준비했으나 여행사 측에서는 출발을 위한 최소 모객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며 상품 예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반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여행사가 사업장을 폐쇄하고 연락이 두절돼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B씨는 올해 초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 동남아시아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길에 올랐으나 현지에 도착해 자신의 이름이 기록에 없어 곤욕을 치렀다. 고객상담센터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있어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발품을 팔아 다른 숙소를 구할 수밖에 없었고 들뜬 마음으로 출발한 여행 일정이 꼬여 피해가 컸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한 여행객이 출국 안내 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처럼 여행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외여행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 이상(931.4%) 늘었고, 항공·여객 관련 상담은 4배가량(321.7%) 증가했다. 또 올해 1~2월 접수된 항공권 관련 상담 건수는 모두 1627건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피해로는 예약 취소나 변경, 환불 등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꼽힌다. 또 위약금이나 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한다거나 계약에 명시된 일정을 이행하지 않고, 사업장이 문을 닫아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여행사를 통해 항공과 숙박 등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 뒤 기상 악화나 현지 정세의 변화로 출발이 꺼려지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항공사나 해외 숙박업소마다 천차만별이어서 다툼의 소지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격 경쟁력과 물량 공세를 앞세운 글로벌 OTA를 이용하는 비중이 늘면서 비슷한 불만이 상당수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3년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분쟁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외여행객 수는 지난해 655만명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고, 올해도 3월 기준 이미 498만명이 국외로 다녀왔다.

소비자원은 해외 항공권 구매 관련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글로벌 OTA 이용 시 항공권의 취소 가능 여부나 수수료 부과 등 거래조건과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또 이용하고자 하는 사업자의 최근 이용 후기 등을 검색하거나 출발일 이전까지 탑승권 발급·항공편 결항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거래 소비자 포털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