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시네뷰] ‘리턴 투 서울’ 우리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전형화 2023. 5. 11. 06:15
작년 연말 전 프랑스 장관 플뢰르 펠르랭이 모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서울 판자촌에서 발견되어 6개월 후 프랑스로 입양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비롯한 3개 부문 장관을 역임한 그를 필자도 여러 해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랑스의 밤’에서 실제로 보고 상당히 인상 깊었다. 플뢰르 펠르랭은 2016년 40년 만에 처음 업무상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뉴스 특별대담에서 본인은 유전적으로는 한국계지만 완벽한 프랑스인이며 혈연관계가 단순히 생물학적인 관계만은 아니고, 자신을 길러주신 부모님이 친부모님이라고 말했다. 친부모를 찾고 싶나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고, 친부모가 연락한다면 만날 의향이 있느냐의 질문에도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해외로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친부모를 찾을 것인가의 고민을 그린 영화 ‘리턴 투 서울’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 및 수상한 영화다. 감독 데이비 추는 프랑스 태생의 캄보디아인이다. 감독이 첫 장편영화 ‘달콤한 잠’(2011)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당시,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친구가 한국 가족을 만나는 데 동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이야기라고 한다.
‘리턴 투 서울’에서 어릴 때 아버지에 의해 입양기관에 맡겨졌던 20대 여성 프레디(박지민)는 프랑스에 입양돼 자랐다. 원래 일정이었던 일본행이 취소되면서 태어난 나라인 한국에서 2주간 머물게 된다. 그렇기에 친부모를 찾겠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없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친해진 친구의 권유로 입양기관을 찾아가서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지 의뢰하게 된다. 프레디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는 아버지(오광록)는 아무런 기억이 없는 프레디를 고향 군산으로 내려오게 해 고향을 보여준다. 군산에서 프레디는 그를 보고 싶어 한이 맺힌 할머니(허진)와 고모(김선영) 등과 만나게 된다.
입양아에게 천형처럼 따라다니는 의문이 왜 자신을 버렸냐는 것일 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할머니는 프레디의 손을 잡으며 통곡한다. 다시 찾은 자식에 대한 속죄의 심정으로 한국에 와서 살자고 하며, 자주 문자도 보내고, 술에 취해 감정이 격해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어로 전화를 하는 아버지가 프레디는 낯설다. 게다가 입양기관에서 연락을 취했지만, 어머니는 프레디와의 연락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는다.
프랑스에서 서울에 오게 된 주인공 ‘프레디’ 역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연기 경험이 없는 한국계 아티스트 박지민이 연기했다. 발랄하고 도전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모습에 신선함이 돋보인다. ‘꽃잎’, ‘아름다운 강산’ 등의 OST도 추억과 기억이라는 주제와 적절히 어울린다. 자주 사용되는 클로즈업은 인물의 심경에 관객이 몰입하게 한다. 친부와의 껄끄러움은 공유하는 기억과 추억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공감은 기억과 추억에서 나온다.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족관계는 혈연만으로 연결되기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이 영화는 입양아 출신 외국인이 한국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모습을 그리는 한편 자유분방한 프랑스 젊은 여성으로서 삶의 정체성 찾기를 함께 다룬다. 지인들과 술에 만취되거나, 클럽에서 온 몸을 격렬하게 흔들고, 원나잇 관계를 갖고도 그는 길거리에서 잠들만큼 고통스럽고 근원적인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그의 고독은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극복되기 어렵다. 영화는 프레디가 7년 동안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레디는 점차 한국어도 배우고 친아버지와의 관계도 마음을 열면서 그의 고독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된다.
출신이나 피부색이 어떠하든 주변인과 함께 한 기억과 추억 속에서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 영화는 통렬하게 말하고 있다.
황영미(영화평론가, 시네라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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