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사다리, 아직 갈길 멀어 [윤정부, 청년과 동행 1년]
“선택지는 좁고, 그저 답답합니다.”
30대 A씨는 전세사기 사태에 담담했다. 또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워도 이게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청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둘 뿐이다. 보증금 낮은 전세를 구하느냐, 월세를 구하느냐다. A씨도 일찍감치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 80만 원짜리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다고 했다. 사기를 피하려고 월세를 사는 게 결코 아니다.
A씨는 “우리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목돈이 없어서 저렴한 전세를 계약했는데 정보가 부족해서 상태가 나쁜 집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라며 “전세를 구하려니 피해가 발생하고 월세를 가자니 주거부담이 커서 이도저도 못하게 된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선 월세가 60~100만원”이라며 “‘전세가 불안하니 처음부터 월세를 선택했어야지’라며 피해자를 나무라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청년 주거안정이 최근 전세사기와 맞물리며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청년주거정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공약으로 내건 ‘청년원가주택’ 공약은 ‘공공분양주택 50만호(뉴홈)’라는 이름으로 실행 중이다.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으로 5년간 주택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도 윤 정부 청년주거정책에 중용했다. 정책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고 평한다. 다만 제한된 예산으로 청년에게만 정책이 집중될 경우 다른 세대는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정부는 신혼부부와 2030세대를 위한 대출, 청약기회를 적극 추진하는 정책을 진행하는 편”이라며 “그래서 크게 나쁘게 평가할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젊은 세대를 위한 기회를 확대하면서 4050세대를 위한 기회는 줄이는 형태”라고 평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재정적인 한계가 있어서 공적인 측면에서 젊은층 주거지원 역시 한계가 있다”라며 “청년층에 대한 공급 확대에 치중할 경우 기존 장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년은 크게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은 정도로 보인다”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전세사기 등 젊은 사회 약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제언했다.
공급량이 넉넉해도 청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집값을 잡는 게 우선이라는 것.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청년주택 등을 공급하려는 성과가 있다고 보이고 청약 가점제도를 추첨제 중심으로 하려는 시도 역시 청년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이라면서도 “주택가격 조정이 안 된 상황에선 민간보다는 공공이 접근해야 하는데 (공공)물량이 급진적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평했다.
윤 정부는 지난달 청약가점이 낮은 2030세대를 위해 청약 추첨물량을 늘렸다. 가령 투기과열지구에서 가점 100%로 공급해온 전용 60㎡ 이하는 가점 40%, 추첨 60%로,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로 공급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 전용 60㎡이하는 추첨비율을 25%에서 60%로, 전용 60~85㎡ 추첨물량은 25%에서 30%로 상향 조정됐다.
송 대표는 또 “물량도 민간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건데 가격이 만만찮아서 청년에게 도움이 덜하니 한계가 있다”며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에 집중하기 보다 본질에 우선 다가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관계자는 “청년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정책은 늘리는데 월세 등 불안정한 주거계층을 위한 몫을 줄이고 있어서 자칫 파이 싸움으로 번질까 염려스럽다”라며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식의 정책기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10일 ‘윤석열 정부 1년 평가토론회’에서 “전세사기는 청년들이 얼마나 열악하고 위험한 주거환경에 노출돼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당장 피해자 지원을 어떻게 할지보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함께 고민해서 청년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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