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성 세슘'…태평양 돌아 10년 만에 홋카이도 왔다

강찬수 2023. 5.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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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바다로 들어간 방사성 물질 세슘(Cs)-134가 10년 동안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고 홋카이도로 되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은 10분의 1로 희석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가나자와 대학과 수산자원연구소 연구팀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사고 당시 후쿠시마-다이이치 원전에서 해양으로 방출된 세슘-134의 거동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최근 발표했다.


홋카이도 외해 표층수 분석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연합뉴스
연구팀은 2020년 9월과 2022년 1월 사이에 도토(道東, 홋카이도 남동쪽 지역) 외해(外海)에서 표층수 시료를 채취해 감마(γ)-분광법으로 세슘-134와 라듐(Ra)-228 등의 방사능을 측정했고, 기존 연구 결과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특히 세슘-134의 반감기가 2.06년으로 짧다는 점에서 핵실험이나 다른 원인이 아닌 후쿠시마 사고 영향만을 반영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측정했다.

하지만 반감기 너무 짧아 시료 채취 날짜를 고려해 측정치를 보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일본에서 출발, 북태평양에서 동쪽으로 반시계방향으로 크게 순환하는 아극해류(Subarctic Current)를 따라 세슘이 방사성 붕괴 없이 이동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제방을 넘어 이와테현 미야코 마을 [AFP=연합뉴스]

논문에서 정리한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사고 직후인 2012년 일본 동쪽 근해에서는 세슘이 L당 8~10mBq(밀리 베크렐)이었고, 2015년 미국 서부 연안에서는 L당 6mBq까지 측정됐다.

알래스카 인근 베링 해에서는 2017년 0.5~1mBq로 증가한 후 2018~2020년에는 1~2mBq로 측정됐다.
세슘이 2017년 서부 베링 해로 들어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오호츠크 남서부의 해류에서는 2019년 0.3~0.4mBq였는데, 2021년에는 0.7mBq로 증가했다.

이는 오호츠크 해로 들어오는 동(東)캄차카 해류에서 세슘 농도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북태평양 돌며 10분의 1로 희석


북태평양 해류를 따라 10년 동안 이동하면서 방사성 물질도 희석됐다. 세슘 방사능 수치가 연도별로 표시돼 있다. [자료: Scientific Reports, 2023]
가나자와 대학 연구팀이 2020~2022년 도토 외해에서 측정한 결과, 세슘이 0.7~1.1mBq로 나타났다.
베링 해에서 홋카이도로 접근하면서 약간 감소했다.

도토 외해의 세슘 방사능(보정치)은 2015년 미국 서부 해안에서 측정된 수치의 6분의 1, 2012년 일본 동부 해안에서 측정된 수치의 8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10년 동안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면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오염물질이 10분의 1로 희석된 셈이다.

도토 외해 표층수의 세슘 농도는 2020년 10월에 가장 높았고, 2021년 1월에는 0.8mBq, 2021년 10월에는 0.7mBq로 점차 낮아졌다.

6년전 사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 외부 모습. 원자로 건물 외부는 사고 당시처럼 벽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고 지붕 쪽에서는 수소 폭발로 무너져 내린 지붕이 자갈 더미가 돼 남아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구로시오 난류나 쓰시마 난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는 세슘의 농도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도토 해역에서 측정한 세슘 수치에 구로시오 난류나 쓰시마 난류의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홋카이도에서 측정한 세슘은 북태평양 북쪽을 돌아오는 아극 해류 때문이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해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쓰시마 난류 타고 동해로도 들어와


일본 주변의 해류. [자료: Scientific Reports, 2023]
이번 연구에서 직접 분석은 하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를 통해 일본 남쪽의 아열대 지역에서는 2013년부터 시계 방향의 구로시오 난류에 의해 낮은 수준의 세슘-134가 동해(일본 열도 서쪽)를 거쳐 오호츠크 해로 이동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대마도를 지나는 아열대 쓰시마 난류의 세슘 농도는 2018~2021년 사이 0.5~0.8 mBq 범위였고, 일본 열도 동쪽을 따라 흐르는 구로시오 난류보다는 값이 낮았다.

이번 가나자와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서는 홋카이도 동북쪽 바다를 흐르는 소야 난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라듐-228 농도가 측정됐는데, 이는 쓰시마 난류와도 관련이 있다.
동중국해 대륙붕 등에서 유입된 라듐-228은 쓰시마 난류에 의해 동해로 수송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 쓰시마 난류가 홋카이도 북쪽을 돌아 홋카이도 북동 해안을 따라 순환하는데 이것이 소야 난류다.

연구팀은 "방사성 세슘-134의 시·공간적 분포를 분석한 이번 연구를 통해 북태평양 북부에서 오염물질이 시간에 따라 이동·분산 ·혼합하는 패턴을 예측하는 데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중수소 국내 영향 미미" 주장도


일본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일본은 올여름부터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쌓여있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1㎞ 떨어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최근 이를 위한 해저터널 굴착 공사도 마쳤다.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500㏃/L 미만으로 희석해 방류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약 1㎞ 앞바다에서 삼중수소를 매년 22조Bq씩 방류하는 것을 가정해 이뤄졌다.

이 경우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4~5년 뒤 제주 해역에 유입되기 시작하지만, 현재 한국 해역의 배경농도의 10만 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삼중수소는 구로시오 해류에 의해 대부분 동쪽으로 이동, 미국 서해안까지 갔다가 다시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확산을 거친 뒤 일부 삼중수소가 한반도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해양과학기술원 등은 오염수 방류 개시 후 10년 뒤에 제주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바닷물 1㎥당 0.001 Bq로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배경농도인 172Bq/㎥의 1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김상희 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10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토론회에서 그린피스의 손 버니 위원 등 참석자들은 "일본이 방사성 핵종 64종 중 9종만 검사하고, 저장 탱크의 20%만 분석하는 등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오염수 방류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방사능 영향평가나 ALPS 처리 능력에 대한 검증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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