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해리 포터, 한국엔 배틀그라운드 있다…확 바뀐 테마파크

백종현 2023. 5.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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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신규 어트랙션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가 5일 오픈했다. 인기 온라인 게임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긴 디지털 어트랙션이다. 우상조 기자

지난 어린이날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이하 롯데월드)에 새 놀이시설이 들어섰다.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긴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다. 테마파크의 변화를 지켜보는 건 여러모로 재밌다. 우리네 놀이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시대마다 청춘과 아이들이 어떤 판타지에 열광하는지 단편적으로 읽을 수 있어서다. 롯데월드에 다녀왔다. 그새 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작은 지구마을에서 스릴의 시대로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1989년, 야외 매직아일랜드는 1990년 문을 열었다. 테마파크의 초기 콘셉트는 '작은 지구마을'이었다. 개관 초기 매직아일랜드에는 나라별 풍속 거리가 조성돼 있었다. 사진 롯데월드
1989년 7월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롯데월드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초기에는 ‘작은 지구마을’이라는 컨셉트를 앞세웠고, 실내외 공간을 나라별 테마로 꾸몄다. 롯데월드는 놀이기구를 모아 놓은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테마와 스토리가 있는 테마파크라고 강조했다.

그땐 그랬다. ‘테마파크’ ‘어트랙션(놀이기구)’ 같은 단어가 국어사전에도 없던 때였고, 해외여행(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시행)도 아직은 낯설었다. 롯데월드는 유럽‧남미 등에서 댄서를 데려와 퍼레이드를 벌였고, 34개 레스토랑에서 지구촌 음식을 냈다. ‘스페인 해적선’ ‘제네바 유람선’처럼 놀이기구 하나에도 이국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롤러코스터의 이름이 어쩌다 ‘후렌치 레볼루션(프랑스 혁명)’이 됐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장 초기 최고 인기 어트랙션이었던 ‘신밧드의 모험’은 책도 아닌 것이 독후감 대회까지 열 정도였다.

1998년 들어선 자이로드롭(사진 왼쪽)과 2003년 들어선 아트란티스. 자이로드롭은 100억 원, 아트란티스는 350억 원을 투입한 대작이다. 사진 롯데월드

‘시속 72㎞ 속도로 순간 급발진, 고공 급강하!(2003년 ‘아트란티스’ 광고 문구)’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 롯데월드는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외환위기와 세기말 분위기로 세상이 어지러워서였는지, 대중은 더 큰 자극을 원했다. 롯데월드는 낡은 것을 치우고 새 기구를 대거 들여왔다. 대표적인 신개념 놀이기구가 1998년 4월 100억 원을 들여 도입한 ‘자이로드롭’이다. 긴말 필요 없이, 70m 상공으로 쑥 올랐다가 2.5초 만에 수직 낙하하는 낯선 경험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 성공에 힘입어 나온 것이 지금까지 최고 인기시설로 통하는 ‘아트란티스(2003년)’와 ‘자이로스윙(2001)’이다. 롯데월드는 이로써 환상과 신비, 지구촌 세계여행을 노래하던 낭만의 시대에서 ‘더 높이’ ‘더 빨리’ ‘더 짜릿하게’를 외치는 스릴의 시대로 넘어갔다.


디지털 시대의 테마파크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 체험 모습. 8m 폭의 대형 스크린을 향해 체험자들이 총을 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금은 디지털 어트랙션의 시대다. 글로벌 테마파크들이 흥행 영화의 세계관을 3D 영상으로 불러들여 실제 같은 체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홍콩 디즈니랜드에는 ‘아이언맨 익스피리언스’가,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해리포터 앤 더 포비든 저니’가 있다.

롯데월드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어트랙션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어린이날 선보인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언트’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720㎡(약 220평) 규모의 실내 공간에 옮겨 놓았는데, 1인칭 시점의 생존 게임을 최대 16명이 팀을 이루는 슈팅 게임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원작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팬이라면 반가워할만한 소품이 곳곳에 있다. 우상조 기자

어트렉션은 세 구역으로 나뉜다. 시작은 불시착하는 수송기 내부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처럼 사방이 크게 흔들린다. 비행기가 불시착했으니 이제 전투 타임이다. '슈팅 씨어터' 구역으로 이동해 8m 폭의 대형 스크린에서 출몰하는 적과 시가전을 벌인다. 마지막 구역에서는 3D 안경을 끼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전투 차량(모션 시뮬레이터)에 올라타 적들과 추격전을 벌인다.

가상 전투는 실감나고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경험은 흥미로웠다. 온라인 게임과 같은 디자인의 군사 기지와 차량(버기)‧총기 등 원작 게임의 팬이라면 반가워 할만 디테일도 곳곳에 숨어 있다.

김경범 롯데월드 개발부문장은 “기존 세대의 테마파크가 ‘가족형’ ‘스릴형’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IP를 결합한 오감만족형 어트랙션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3D안경을 끼고, 움직이는 모션 시뮬레이터 차량에 올라 타 화면 속 적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우상조 기자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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