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도 "순천, 참 부럽다"…정원박람회 300만 잭팟의 비결 [영상]

최경호 2023. 5.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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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 전남 순천시 국제정원박람회장. 노관규 순천시장이 ‘300만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무대 위로 올라섰다. 박람회 개막 후 300만번째로 입장한 이정애(33·여)씨에게 꽃다발을 건네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가족여행차 방문한 순천을 더욱 특별하게 추억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0년 전보다 3.8배 빨라…1000만명 노린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10일 오후 순천만국제박람회장을 300만번째로 방문한 이정애씨 가족에게 ‘가든 스테이’ 숙박권을 건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 40일 만에 관람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153일 만에 300만명을 넘어섰던 10년 전 박람회보다 3.8배가량 빠른 속도다. 올해 박람회가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린다는 점에서 1000만명 돌파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관람 인파가 몰리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9일까지 입장권 수익과 기념품 판매로만 14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당초 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가 목표로 잡았던 총 수익(253억원)의 75%에 달한다.


“봄꽃 개화 빨라졌다”…3주 앞당긴 박람회


지난 3월 31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이 치러진 전남 순천시 오천동 ‘오천 그린광장’ 내 물의 정원. 박람회장 곳곳에 만개한 벚꽃이 형형색색의 꽃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프리랜서 장정필
조직위 측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의 경제성을 강조한 데서 흥행 비결을 찾고 있다. 봄꽃 개화 시기가 한 달가량 빨라진 점을 고려해 박람회를 3주가량 앞당긴 게 대표적이다. 앞서 노 시장은 박람회 개막일을 4월 22일에서 4월 1일로 조정했다.

당초 개막 일정에 맞춰 박람회를 준비하던 조직위 측은 당황했다. 일정 변경 때문에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조직위가 밤낮없이 노력한 덕분에 박람회는 만개한 벚꽃과 함께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정원문화 벤치마킹”…지자체·기관 잇단 발길


전남 순천시 오천동에 조성된 도심정원인 ‘오천 그린광장’고 거대 경관농업 현장 전경. 홍수 때 물을 가둬두는 수해 예방용 저류지(貯留池)를 도시정원으로 바꿨다. 프리랜서 장정필
순천시 안팎에선 “준비 일정은 빠듯했지만, 박람회 완성도는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앞당겨진 박람회에 맞춰 핀 봄꽃과 박람회장 내 정원이 한층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원박람회 흥행 여파는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가 벤치마킹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한 데 이어 경기 광명시, 강원 춘천시, 서울 은평구 등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장이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달 25일에는 228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의가 순천에서 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순천이 참 부럽다”


노관규 순천시장(왼쪽)이 지난 9일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박람회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300만명 돌파를 하루 앞둔 지난 9일에는 서울시 방문단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위해 서울시 직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오 시장은 평소 “서울을 정원과 같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혀왔다.

오 시장은 이날 아스팔트 도로가 도시정원이 된 그린아일랜드와 저류지 정원모델인 오천그린광장 등을 둘러봤다. 그러면서 “서울은 유휴공간이 없어 시민께 자연·생태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순천이 참 부럽다”고 말했다.


1만채 아파트촌 앞까지 조성된 도시정원


19만5000㎡ 규모로 조성된 도심정원인 전남 순천시 오천동 ‘오천 그린광장’ 전경. 홍수 때 물을 가둬두는 수해 예방용 저류지(貯留池)를 도심정원으로 바꾼 공간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번 박람회는 10년 전 조성한 박람회장을 도심까지 확장해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 박람회장 외곽에 대규모 도심정원과 경관조경을 조성한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1회 때 순천만습지 보전을 위해 조성한 박람회장이 111㏊에서 193㏊로 73%(82㏊)가량 커졌다.

도심정원 중 그린 아일랜드와 오천 그린광장 등은 박람회 후 킬러 콘텐트가 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홍수 예방용 저류지(貯留池) 19만5000㎡(약 5만9000평)를 정원으로 바꾼 것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노 시장은 “생태가 경제를 살린다는 철학을 갖고 도시를 설계해온 게 박람회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도 덮은 잔디정원” 순천의 역발상


전남 순천시내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차량이 달리던 예전 4차선 도로(왼쪽)와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현재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도로를 잔디밭으로 만든 그린 아일랜드는 역발상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주민 민원과 도심정원 조성을 동시에 충족시킨 사례로 꼽힌다. 당초 순천시는 “정체가 심해지니 차로를 막지 말아라”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특별한 설계를 고안해냈다. 기존 아스팔트 위에 흙(10㎝)·자갈(20㎝)·모래(30㎝) 등을 덮은 뒤 잔디를 까는 방식이다.

원래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은 5㎞ 거리의 순천만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됐다. 순천만 보호를 위해 도심 외곽 111만2000㎡를 꽃과 나무로 차단한 게 박람회장이다. 순천만은 22.4㎢의 갯벌과 5.6㎢의 갈대 군락지에서 조류 252종과 동식물 1600여종이 살아가는 연안 습지다.

순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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