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장경태 '빈곤포르노' 공방까지…'코인 설전' 커진 이유
김남국(41)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원 가상화폐(코인)’ 논란이 불붙자 여야 청년 정치인이 온라인에서 격렬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40)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려 김 의원을 두둔한 장경태(40) 민주당 의원을 비판했다. 배 의원은 “가난하지도 않은 자들이 매체에 나와서 가난을 거짓으로 팔면서 후원금을 유도하는 것은 ‘빈곤 포르노’”라며 “장 의원의 수준에 맞게 처음부터 ‘정치 앵벌이’라고 써드릴 걸 그랬다”고 적었다. 전날 배 의원이 김남국·장경태 의원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듯한 발언을 한 2019년 방송 화면을 캡처해 “빈곤 포르노”라고 지적한 걸 장 의원이 “무식한 배 의원”이라고 반박하자 이날 재차 ‘정치 앵벌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이들이 ‘빈곤 포르노’ 공방을 벌인 건 지난해 11월의 전적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질환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장 의원이 “빈곤 포르노”라고 규정해 논란이 컸었는데, 이번에 배 의원이 되갚아주자 장 의원이 발끈한 것이다.
되치기를 당한 장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장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무식을 자랑하는 배 의원에게 친절하게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다”며 ‘빈곤 포르노’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배 의원은 독해 능력이 떨어져서 이해가 안 되느냐”며 “빈곤 포르노를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것은 이 단어가 성적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장 의원은 지난 8일에도 “김 의원은 뜯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분”이라며 적극 두둔했다.
장예찬(35)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김남국 사태’가 벌어지자 진즉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 8일 김 의원이 코인 의혹과 관련한 자산 거래 내역을 공개하자 “김 의원은 울지 말고 천천히 대답하라”며 “대체 무슨 정보가 있었길래 보유하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다 팔고 9억원을 ‘위믹스’라는 김치코인에 투자한 것이냐”고 적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예찬이’만큼은 어느 정도 산수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냐”라고 비꼬았다. 이틀 뒤인 1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한 장 최고위원은 “그럴만한 사이가 아닌데도 김 의원이 (내게) 말을 놓았다”며 “멘탈이 붕괴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키보드 배틀(Keyboard Battle·온라인 설전)’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이준석(38)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의원이 쏜 유탄을 맞고 설전에 자동 참전했다. 코인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6일 김 의원이 억울함을 표시하며 “국민의힘 이준석이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선거 3번 치를 정도의 돈을 벌면 자랑이 되는 것이고 민주당의 김남국이 투자해서 돈을 벌면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이 전 대표를 걸고 넘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열심히 김 의원을 공격하고 있는 이 전 대표는 “비운의 투자자 김남국”이라며 고점이 아닌 저점에서 코인을 팔아 수익을 얼마 남기지 않았다는 취지의 김 의원을 비꼬거나 “굉장히 모험적인 투자를 많이 했다”고 직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김 의원이 ‘곽상도 50억’처럼 이번 의혹이 꼬리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야 청년 정치인이 코인 문제로 키보드 배틀에 가까운 경쟁을 벌이는 건 이 사안이 2030세대의 여론을 흔들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7%로 민주당 33.8%보다 높았다. 코인 거래를 많이 하는 연령대인 18~29세 응답자 중에서도 국민의힘(28.9%) 지지자가 민주당(26.2%) 지지자보다 많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돈 봉투 의혹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5%포인트 정도 높았는데, 코인 논란으로 지지율 순위가 확 뒤집혔다”며 “특히 코인 거래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 청년 정치인이 앞장서서 참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도 2030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10일 민주당은 김 의원 관련 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렸고, 김 의원에게는 코인 매각을 권유했다. 김 의원도 이날 매각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층이 상당하기 때문에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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