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만? 진보 조희연도 나섰다 "기초학력 키워야, 그것도 인권"
서울시교육청에는 오는 7월부터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전담 부서가 생긴다. 새로 만드는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는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기초학력에 관한 업무를 통합해 맡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부모·시민의 기초학력 우려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조직 개편 이유를 밝혔다.
교육청이 기초학력이란 이름을 붙인 부서를 만드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진보 교육을 대표하는 조 교육감이 먼저 움직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과거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 확대를 내세우며 학업 부담 경감 정책에 주력했지만 최근엔 기초학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초학력도 인권”이라며 “학력은 학생이 자기주도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학력 보장'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진보에서 보수로 교육감이 바뀌면서 기초학력 정책이 쏟아졌다. 지난 3월에는 조직을 개편하면서 부교육감 직속 기구인 ‘더나은학력지원관’을 만들고 강원형 학력 평가 개발에 착수했다. 보수 교육감이 새롭게 들어선 부산에서도 기초학력 정책을 개발하는 ‘부산학력개발원’이 출범했고, 충남도 올해 9월 ‘충남교육과정평가정보원’을 개설할 예정이다.
진보 교육감이 꾸준히 당선된 호남 지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전남교육청에서 시작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는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초학력 전담교사는 학급 담임을 맡지 않고 지원 대상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전담교사제를 도입한 2020년 이후 매년 70% 이상의 학생이 목표에 도달했다. 이재곤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사가 학생에게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라 실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기초학력 책임 원년’을 선포하고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북은 전임 교육감 시절 전교조와 맺은 협약에 따라 고1 학생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지 않고 있는데, 서 교육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도 지난 1월 조직 개편으로 기초학력진로교육과를 신설했다. 기초학력과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별개로 각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했다. 현재는 초등 6학년, 중3, 고2가 대상이지만 앞으로 초등 3학년부터 고2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력 정책,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교육계에서는 학력이 더 이상 학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년 서울교대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보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점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특히 상위권은 큰 차이가 없지만 중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학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기초학력 보장’(20.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학력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은 학습에 대한 흥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인 심리적인 치료와 복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곤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일부 학생만 치르는 표집평가로는 학부모가 자녀의 수준을 알 수 없다. 중산층 이상은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보고, 그렇지 않은 가정은 무관심한 양극화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윤서·최민지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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