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크론병 유전되니 결혼 포기해라”… 사실일까?

이해림 기자 2023. 5.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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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크론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가 일부 시청자의 반발을 샀다.

지난 6일 방송된 닥터 차정숙 7회는 크론병 환자 김성규(배우 김현목)의 이야기를 다뤘다.

닥터 차정숙 속 대사처럼, 크론병을 '유전병'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한 가족 내에 크론병 환자가 많은 사례 등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유전 질환이라 단정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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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은 유전적 요인 외에도 면역계 이상, 장내 세균총 변화, 생활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사진=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크론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가 일부 시청자의 반발을 샀다. 지난 6일 방송된 닥터 차정숙 7회는 크론병 환자 김성규(배우 김현목)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 중 김성규의 여자친구 부모님은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 있나.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라며 “이 병도 유전이 된다면서. 이 결혼 포기해줘”라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해당 방송과 관련해 총 43건의 시청자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제작진은 닥터 차정숙 공식 홈페이지 ‘시청 소감’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 “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등장인물이 환자를 몰아세울 의도로 발언한 대사가 특정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희귀질환이다. 초기엔 ▲복통 ▲체중감소 ▲설사 ▲발열 등 일반 장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며 ▲빈혈 ▲영양실조 ▲치루 등 합병증이 생긴다.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장 천공, 복강 내 농양, 출혈, 장폐색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절염 ▲피부 발진 ▲두통 ▲안구통 ▲포도막염 ▲간 기능 이상 등 장 이외의 부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통과 설사가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닥터 차정숙 속 대사처럼, 크론병을 ‘유전병’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리라 짐작되긴 하나, 비정상적인 면역계 반응, 생활환경, 장내 세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기 때문이다. 한 가족 내에 크론병 환자가 많은 사례 등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유전 질환이라 단정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자신이 크론병 환자라도 자녀에게 크론병이 생길 확률은 높지 않다. 애초에 크론병 자체가 희귀질환에 속한다.

다만, 최근 들어 크론병 환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고기와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증가하는 등 식습관이 서구화되며 장내세균총이 변화하는 게 그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크론병 환자 수는 2만 231명에서 2021년 2만 8720명으로 증가했다. 20~30대 환자 비율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2021년엔 8931명(전체 환자의 약 31%)의 20대 환자와 6754명(약 24%)의 30대 환자가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크론병은 진단이 어렵다. 주요증상이 과민성대장증후군, 장염, 대장암 등 다른 질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 종류의 검사 결과만으론 진단할 수 없어 임상증상, 내시경, 초음파, CT 촬영 등 다양한 검사도 필요하다. 크론병은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항염증제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게 그중 하나다. 약물을 복용해도 차도가 없다면 주사 치료나 수술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크론병은 발생 원인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만큼 확실한 예방법도 없다. 대신 식습관 개선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정제당류, 지방산, 인공감미료가 많은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을 늘린다. 술이나 커피는 장을 자극하니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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