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돈버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 앵귈라...비밀은?
5년간 등록비용 2차례 인상 '배짱'도
빅테크는 도메인 '선점', 한국은 뺏기기도
전세계가 AI(인공지능) 열풍에 휩싸였다. 각국 정부와 크고 작은 기업들이 AI에 미래가 있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작 AI로 돈을 버는 국가나 기업은 아직 없다. 오히려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유일하게 AI로 이미 돈을 버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령 섬인 ‘앵귈라’다.
이 나라는 한해 국가 도메인 수입으로 약 144억원을 벌어들인다. 앵귈라의 국가 도메인은 ‘닷에이아이(.ai)’다. 한국 국가 도메인은 ‘닷케이알(.kr)’이다. 말하자면 앵귈라는 ‘samsung.ai’ ‘hyundai.ai’를 판다. 나라 면적은 91㎢로 강원 속초(105㎢), 경기 동두천(95㎢)·하남(92㎢)보다 작다. 인구는 1만5753명으로 한국(5173만명)의 0.03%수준이다.
이렇게 작은 곳이지만 도메인으로 벌어들이는 추정 수입(약 144억원)이 한국(104억원)보다 40억가량 더 많다. 최근 챗GPT 열풍에 따라 “주소만 봐도 AI 기업처럼 보인다” “투자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도메인 선호도가 높아졌다. 실제로 ‘닷에이아이’ 도메인 숫자는 작년 12월 12만8126개에서 지난달 15만5927개로 21.6% 급증했다. 글로벌 도메인 등록대행업체 ‘후이즈’ 자료다.
5년간 ‘도매가’ 2차례 인상최상위 도메인으로 분류되는 국가 도메인은 정부 기관 등이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대행업체가 일반에 판매하는 구조로 거래된다. 쉽게 설명하면 수수료가 ‘도매가’, 대행업체 판매가가 ‘소매가’인 셈이다. 다만 1년 단위로 계약이 가능한 ‘닷컴(.com)’ ‘닷케이알’과 달리 ‘닷에이아이’는 2년 단위 계약만 가능하다.
앵귈라는 도메인 신규·연장시 ‘도매가’로 140달러를 받고 있다. 현재 ‘닷에이아이’ 도메인이 15만5927개이므로 2년마다 2182만달러의 수입이 발생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091만달러(약 144억원)다. GDP(3억달러)의 3%가 넘는 수준이다. 2018년 도메인 수입은 290만달러였는데 5년만에 3배 늘었다. 도메인 숫자가 두배쯤 늘어난데다 도매가도 두 차례에 걸쳐 인상(100달러에서 140달러)한 덕분이다.
한국이 ‘닷케이알' 등 국가 도메인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지난해 104억원이었다. 도메인 관리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대행업체로부터 건당 9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의 국가도메인의 등록건수는 108만4911개였다. 크게 늘어날 일도, 줄어들 일도 없기 때문에 최근 5년간 100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앵귈라에 역전당한 셈이다.
빅테크도 보유, 네이버·다음은 뺏겨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닷에이아이’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google.ai)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ai), 메타(facebook.ai)는 자사 AI 관련 사이트로 안내한다. 아마존(amazon.ai)의 경우 ‘아마존닷컴’으로 연결된다. 다만 챗GPT의 모기업 ‘오픈AI’는 ‘오픈AI닷에이아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AI 이미지 합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회사가 사용 중이다. 오픈AI의 주소는 ‘오픈AI닷컴(openai.com)’이다.
국내의 경우 ‘카카오 i(kakao.ai)’와 ‘네이버 클로바(clova.ai)’가 대표적으로 닷에이아이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닷에이아이(daum.ai)’와 ‘네이버닷에이아이(naver.ai)’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소유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선점했다. ‘다음닷에이아이’ 소유자의 경우 최근 당근마켓에 “14억3000만원에 팔겠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실제로 ‘닷에이아이’ 도메인 거래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엑스퍼트닷에이아이(expert.ai)’의 경우 10만7495달러(약 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까지 최고액이다. 그 다음은 ‘뮤직닷에이아이’로 10만1500달러에 팔렸다.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한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는 “올해 들어 닷에이아이 관련 문의가 3배가 늘었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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