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국립무용원, 무용계의 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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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무용계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언급한 국립무용원은 유럽의 댄스하우스를 모델로 전용극장을 포함한 무용 관련 종합정보서비스센터와 국제교류 기능을 갖춘 기관을 지향한다.
대토론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동해 국립무용원의 설립 필요성을 지지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이날 문체부는 국립무용원 건립 당위성에 동의하면서도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반복하는 등 방어적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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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대한무용협회 등 18개 춤 관련 단체가 손잡고 만든 자리다. 대토론회에 앞서 국회 앞에서는 무용인 1500여명이 참여한 결의대회도 진행됐다.
사실 결의대회에 무용인이 이렇게나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용계가 오랫동안 분열과 갈등이 심해서 하나로 뭉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용인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보면서 무용계에서도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한때 60개를 넘겼던 대학 무용학과는 전공생 급감으로 잇따라 폐과,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무용계가 이제라도 힘을 모아 무용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국립무용원 설립에 나선 것은 반갑다.
무용계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언급한 국립무용원은 유럽의 댄스하우스를 모델로 전용극장을 포함한 무용 관련 종합정보서비스센터와 국제교류 기능을 갖춘 기관을 지향한다.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 지원을 받는 유럽의 댄스하우스는 연구, 창작, 공연, 커뮤니케이션 등 무용 관련 종합 활동이 펼쳐지는 곳으로 48개가 있다. 2009년 5월 이들이 모여 창립한 ‘유럽 댄스하우스 네트워크’는 국립 무용센터 기능과 함께 국경을 초월한 무용 발전을 꾀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럽의 춤 선진국과 비교할 때 무용을 둘러싼 지원제도나 공연장, 교육시스템 등 외적인 면만 놓고 보면 대체로 비슷하게 갖춘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바람에 무용의 경쟁력이 높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무용은 다른 장르에 비해 대중과 거리가 유난히 멀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 통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난 2월 발간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2022년 공연시장 동향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티켓 판매액은 559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43%(3897억원) 늘었다. 뮤지컬이 공연시장 티켓 판매 성장을 주도한 가운데 대부분의 장르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무용만 2019년에 비해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무용 공연은 총 819건, 티켓 판매수는 약 55만 건, 티켓 판매액은 약 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연시장에서 무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공연 건수 약 6%, 티켓 판매수 약 4%, 티켓 판매액 약 3%다. 공적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무용 장르의 특성상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광열 평론가는 대토론회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266개 공공 문예회관 가운데 1년간 무용 공연을 한 번도 하지 않는 공연장이 20%나 된다는 데이터를 밝혔다. 지역의 문예회관 관계자들이 무용 공연을 하지 않는 이유로 “관객 모으기가 힘들다” “무용공연은 어렵다” “무용 공연을 초청하려 해도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3가지를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립무용원이 설립된다면 이들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토론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동해 국립무용원의 설립 필요성을 지지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다만 설립 현실화를 위한 부지 확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문체부는 국립무용원 건립 당위성에 동의하면서도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반복하는 등 방어적 자세를 보였다. 아무래도 정부 부처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은 이해하지만 좀 더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길 부탁한다. 국립무용원은 단순히 무용인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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