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사역’ 잇단 수난

유경진 2023. 5.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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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의 쉼터이자 식당이며 때로는 예배공간이 되고 있는 서울역 노숙인 사역 공간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방화로, 용역 직원들의 물리력 행사로 예배와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으면서 기물 파손과 함께 목회자들과 봉사자들도 실의에 빠진 상태다.

창대교회는 7년 넘게 매주 월·금요일 노숙인 100여명과 함께 구 서울역 시계탑 앞 광장에 천막을 설치해 예배를 드리고 빵과 음료 등 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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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의 쉼터이자 식당이며 때로는 예배공간이 되고 있는 서울역 노숙인 사역 공간이 수난을 겪고 있다. 방화로, 용역 직원들의 물리력 행사로 예배와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으면서 기물 파손과 함께 목회자들과 봉사자들도 실의에 빠진 상태다.

9일 발생한 방화로 서울역 인근 창대교회의 천막과 교회 기자재들이 불에 탄 채 방치돼 있다. 창대교회 제공


9일 저녁 서울 창대교회(설수철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역 광장 천막교회가 불에 탔다. 한 노숙인의 방화로 대형 천막 4개를 비롯해 의자 100개, 물품 보관박스 등 교회 기물이 못 쓰게 됐다. 창대교회는 7년 넘게 매주 월·금요일 노숙인 100여명과 함께 구 서울역 시계탑 앞 광장에 천막을 설치해 예배를 드리고 빵과 음료 등 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설수철 목사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 전도 목적으로 일명 ‘버스킹 예배’를 드려 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방화범은 매주 예배에 참석했던 노숙인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평소 설 목사를 도와 열심히 교회 봉사했던 교인이기도 하다.

설 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와 보니 마음이 너무 황망하고 허무하다”면서 “(교회가) 올 초 다가오는 여름 사역을 대비해 새 천막을 구매했는데 불타버린 것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재정 상황이 어렵다. 당장 배고프다며 찾아오는 노숙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참좋은친구들’의 무료급식소 앞. 관계자들이 용역의 침입으로 훼손된 집기류를 바라보고 있다. 참좋은친구들 제공


앞서 지난달 3일에는 서울역 무료급식소 참좋은친구들(이사장 신석출 장로)에 용역이 침입해 집기를 훔쳐 가는 일이 발생했다. 단체 측에 따르면 용역들은 급식소에 걸려 있던 십자가와 식자재까지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참좋은친구들이 입주해 있는 기존 건물의 건물주가 새 매입자에게 건물을 매도하면서다. 신석출 장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매입자가 건물에서 우리를 내보내려고 용역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를 막기 위해 신 장로는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항소심까지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용역들이 이를 무시한 채 무료급식소에 침입한 것이다.

이후 참좋은친구들은 무료급식소 운영을 중단한 채 건물 앞에서 예배만 드리고 있다. 현재 급식소 문은 굳게 잠겨 있어 신 장로를 포함해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건물은 하나자산신탁(대표이사 민관식)에서 관리하고 있다. 신 장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노숙인을 위해 무료급식을 섬겨왔다”면서 “갑작스럽게 이런 위기가 닥치니 너무 억울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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