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출간한 그는 최근 서울→광주→부산→전주→구미를 돌며 독자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의사 면허 박탈 위기에 놓인 그의 딸 조민씨도 동행하며 대를 이은 셀럽화도 완성 단계다. 특히, 조국은 내년 4월 총선 출마 질문이 나오자 “지금으로서는 말하기 좀 곤란하다”고 답했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는 조국은 서울대가 위치한 서울 관악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조국 출마설을 설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구(舊) 멘토 신평 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11월 조국 출마를 전망하며 “영웅으로서의 귀환 준비”란 표현을 썼고, 지난 4일엔 “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분한테서 ‘출마한다면 관악갑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신평이 누군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가 조국 사태 때 실망했다는 이유로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선거 때마다 승자를 추종하는 신묘한 능력을 갖춘 그가 조국 도전설을 주장하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악은 전통적으로 야권 지지 성향이 높은 곳 아닌가.
물론 아무리 대법원 확정판결 전이라도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이 실제 총선에 나가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조국 사태 전엔 대한민국 장관, 그것도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 이처럼 국가적 평지풍파를 일으키고도 당당한 경우가 없지 않았나.
정말 조국이 국회에 들어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국백서’ 경력으로 금배지까지 단 김남국 의원이 당장 그의 최측근이 될 게 뻔하다. 김남국은 ‘60억 코인’ 논란의 원흉으로 검찰을 지목하고 있으니 조국과 동병상련할 동지도 될 수 있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주춤하면 길 잃은 양과 같은 수많은 민주당 의원이 그의 곁을 서성일지 모른다.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이 ‘지금 당장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도 조국 아닌가.
10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시발점은 조국 사태였다. 수많은 사람이 당시 권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치를 떨었고, 정권교체 열망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국(曺國)의 출마·당선 여부는 조국(祖國)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1971년 4월 서울대 관악 캠퍼스 이전 기념 축시에서 유래한 “누가 조국(祖國)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 53년 뒤인 2024년 4월에도 여전히 유효할까.
허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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