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정부 1년…수출·제조업 경쟁력 부활 근본 방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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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속에서 물가·위기 대응은 안정적
국민 10명 중 3명, ‘살림살이 나빠졌다’ 체감
수출 부진, 제조업 일자리 감소 극복이 핵심
윤석열 정부는 1년 전 복합위기 상황에서 출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코로나19 때 풀린 돈으로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비상등을 켜고 물가 잡기에 뛰어들면서 급속한 금리 인상이 전개됐다. 한국 경제는 순식간에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4고(高)에 직면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물가는 5%대에서 3%대로 낮아졌다(2022년 5월 5.4%→ 2023년 4월 3.7%). 기업의 연쇄 부도나 외환 위기도 없었다.
한국 경제가 경착륙을 면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기 대응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경제정책의 상당 부분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누적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데 맞춰졌다. 광기처럼 진행된 ‘탈원전’에 마침표를 찍고 원전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놓았다. 부동산 시장을 망친 징벌적 종부세·양도세·취득세를 낮추고 각종 규제를 풀었다. ‘건전재정’ 기치를 내걸고, 지난 정부에서 400조원이 늘 정도로 방만했던 재정 운용의 고삐를 잡기 시작한 것은 한국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복귀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 평가는 후하지 않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3명(35.2%)은 윤 대통령 취임 전과 비교해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답해 ‘좋아졌다’(8.6%)를 압도했다. ‘비슷하다’는 54.6%였다. 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불황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한계 상황까지 차오른 가계부채는 국민 호주머니를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작년 말 가계부채는 1867조원. 빚을 갚지 못해 연체가 늘고 있고, 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민생 악화의 바탕에 한국 제조업의 위기, 수출산업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고용 동향에서 제조업 취업자가 9만7000명 줄어 28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정부는 전체 취업자 수 35만여 명 증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정작 처우와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한창 일할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3만7000명 줄었고(6개월 연속 감소), 부양가족 책임에 어깨가 무거운 40대도 2만여 명 줄었다(10개월 연속 감소).
제조업과 수출 침체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에 2억7000만 달러 흑자를 내 1, 2월의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배당수입이 급증한 덕분일 뿐 상품수지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적자다.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가 1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중(對中) 수출 부진과 반도체 경기 침체가 주요인이라지만, 그 실상은 한국 제조업의 부진과 맞닿아 있다.
돌이켜 보면 제조업의 비교우위가 한국 수출의 힘이었고, 그 수출 역량이야말로 한국이 선진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팀이 다시금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일으켜 세울 현실적 방책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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