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클수록 괴력? 잠실서 펑펑 ‘포수 홈런왕’ 박동원
서울 잠실구장에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대형 포수가 나타났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안방마님 박동원(33·사진)이 주인공이다.
박동원은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4로 뒤진 8회 말 상대 투수 김재웅의 공을 받아쳐 좌측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홈런을 뽑아냈다. 타구 속도 시속 174.1㎞, 발사각도 34도, 비거리 128.5m의 초대형 홈런이었다.
지난해 KIA에서 뛰다 올 시즌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동원은 9일까지 30경기에서 홈런 8개를 기록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3개를 몰아쳐 양석환(두산·6개)을 제치고 홈런 1위로 올라섰다. 산술적으로는 38홈런이 가능한 페이스다. 2021년 기록한 개인 최다 홈런(22개) 기록은 여유 있게 넘어설 만한 기세다.
공헌도는 말할 것도 없다. 팀 홈런(17개)의 절반 정도를 박동원이 때려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스탯티즈 기준)은 1.57로 KBO리그 전체 선수 중 6위, 야수 중에선 3위다. 포수 중에선 당연히 1위다.
박동원은 홈런 8개 중 5개를 잠실구장에서 뽑아냈다. 2개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나왔다. 잠실구장은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100m, 좌우중간은 120m, 중앙 125m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홈런을 치기 가장 어려운 야구장이다. 그 다음이 사직구장이다. 지난해 담장을 최대 6m 정도 높이고, 거리(좌우 95m→95.8m, 중앙 118m→121m)도 늘렸다. 그런데 규격이 큰 야구장에서 대부분의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KBO 공식 기록원이 집계한 박동원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8.8m로 나타났다. 어느 구장에서든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다. 오른손 투수에게서 4개, 왼손 투수에게서 4개의 홈런을 빼앗았다.
타자들은 대부분 잠실구장을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박동원은 오히려 잠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지난 3년간 잠실구장 OPS(장타율+출루율)가 0.928로 시즌 전체 기록(0.780)보다 좋았다. 박동원은 “야구장이 크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구장 크기를 의식하지 않고 배트를 휘두르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LG는 지난 겨울 포수 유강남을 롯데로 떠나보냈다. 대신 장타력이 뛰어난 박동원을 4년 총액 65억원에 붙잡았다.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듯 박동원은 LG 유니폼을 입자마자 장타를 펑펑 터뜨리고 있다. 2004년 박경완(현대) 이후 사라진 ‘포수 홈런왕’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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