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연극 LED 배경 명과 암…“예술 현대적 진화” “영상 탓 몰입 깨져”
뮤지컬 무대를 장악한 LED 배경이 대극장 연극에도 등장했다. 지난달 말 객석 판매율 98%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연극 ‘파우스트’는 19세기 독일 고전을 첨단 기술과 접목한 작품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화려한 LED 미디어아트를 선보인 양정웅 총연출이 연출을 맡았다. 유인촌·박해수가 각각 연기한 인간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의 여정이 200여개 LED 패널로 구성한 대형 스크린 속 초현실적 영상미술과 어우러졌다. 무대 뒤에 마련한 실시간 영상 송출 세트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볼 수 있는 XR(확장 현실) 장면도 등장했다.
연극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대극장 1300여석이 매회 가득 찰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무대 연출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현대적 장치가 많아 해석이 용이했다”(이하 인터파크 관람후기), “꽉 찬 영상이 예술작품 같았다”는 호평도 있지만, “영상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영화 보러 간 거 아니에요…” 등의 불만도 나왔다.
양정웅 연출은 “연극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게 출발점이었다”면서 “연극에선 첫 시도인 만큼 모자란 점이 있었지만,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LED를 활용한 영상 배경은 콘서트·무용·음악 공연 무대에선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뮤지컬계에선 판타지 작품에서 활용도가 높다. 서울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데스노트’는 바닥·벽면·천장까지 3면을 1380장의 LED 패널로 채웠다. 이를 통해 테니스 치는 장면에선 마주 선 인물들의 모습을 교차하며 영화같은 편집 효과를 보여준다.
올해 4번째 시즌을 맞은 창작 가무극 ‘신과함께_저승편’은 7개 지옥 관문과 저승차사들의 초능력을 바닥 및 간판 형태 LED패널과 원형띠를 두른 입체적 무대·조명 연출로 표현해냈다. 2015년 초연부터 이 작품에 참여한 정재진 영상 디자이너가 당시 국내 창작 뮤지컬에선 생소했던 LED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며,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정 디자이너는 “선명한 효과가 가능한 LED를 바닥에 깔았다. 장비 대여료가 서너배 비싸고 위험 부담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맞춰보며 아이디어를 낸 LED 효과가 호응을 얻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 무대의 LED 영상은 2000년대 들어 뮤지컬 ‘고스트’ ‘드림걸즈’ 등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작품에서 먼저 시도됐지만, 국내에선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혜원 경희대 공연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환상성, 시공간 확장을 위해 LED 영상을 쓰는 측면도 있다. 또 요즘은 뮤지컬을 시즌제로 끊어 국내외 극장을 찾아가며 공연하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무대를 못 쓰는 경우가 생긴다. 영상으로 대체하면 재활용이 쉽다는 점에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가수 박효신 등이 주연을 맡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토벤’처럼 극 중 시대 및 공간 배경을 LED 영상으로 표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작품과 LED 영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고 단순 배경으로 남용돼 비판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종원 순천향대(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이 3D 이미지를 쓰는 등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LED를 써서 ‘LED 잔치’ 같은 작품은 오히려 효과가 반감된다. LED도 스토리텔링의 도구란 인식을 가질 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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