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할아버지, 사법부 독립 토대 만든 분”

이영희 2023. 5.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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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10일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서 일본인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시의 손자인 오이시 스스무 일본평론사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영희 특파원

“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사법의 기초와 ‘사법부 독립’이라는 원칙의 기반을 만든 분이었습니다. 사법 독립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이 종종 무시되는 지금의 한국을 보신다면 하늘에서 크게 개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일 오후 도쿄 메이지대에서 열린 『김병로(金炳魯) 평전』 일본어판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조부인 김병로(1887~1964) 전 대법원장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쓴소리를 내놨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대법원장에 임명하며 이를 ‘사법개혁’으로 포장하는 모습이 걱정스럽다”면서다.

지난 2일 니혼호론샤(日本評論社)에서 펴낸 이번 평전은 가인(街人)이라는 호를 사용했던 김병로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의 삶을 담았다. 10대부터 의병 활동을 했던 독립운동가이자 인권변호사, 정치인으로서의 치열한 발자취가 담겼다. 그는 ‘독립을 위해선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본 메이지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귀국 후엔 변호사로 6·10 만세운동, 원산파업사건 등 일제에 맞선 이들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 “피고인들이 마음에 독립을 품었다는 이유로 이들을 처벌하려면 조선인 전체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조부모 밑에서 자랐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1960년대 야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1년 가까이 조부의 비서로 창당 과정을 지켜봤던 경험이 정치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선인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김병로 전 대법원장과도 인연을 나눴던 일본인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시(布施辰治, 1880~1953)의 외손자이자 이번 평전을 펴낸 니혼호론샤의 대표인 오이시 스스무(大石進)도 참석해 김 위원장과 대담을 가졌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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