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화당과 부채한도 합의 또 실패…G7 불참 가능성 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 지도부와 만나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달 안에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다음 달께 미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케빈 매카시(공화당)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미 의회 지도부와 1시간가량 회동하고 부채한도 인상 조건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오는 12일 다시 만나 논의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의회 지도부와 예산 및 지출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할 준비는 돼 있으나 디폴트 위협하에선 안 된다”며 “디폴트는 선택지에 없다”고 말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기존 입장만을 강조했고, 어떤 새로운 움직임도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부채한도 상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G7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불참 가능성을 내비치며 공화당을 압박하되, 협상 타결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의회는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 등으로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이 무한정 늘어나지 않도록 그 상한선인 부채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 미 정부의 부채한도는 31조3810억 달러(약 4경1540조원)로, 2021년 12월 증액이 마지막이다. 미 정부는 지난 1월 부채한도에 도달해 더는 돈을 끌어쓸 수 없게 되자 의회에 이를 상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에는 동의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돈이 너무 많이 쓰인다며 ‘정부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빼앗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써야 할 돈줄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공화당과 대치 중이다. 해당 논의는 5개월째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외신은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미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지고 국제 금융시스템도 불안정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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