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예상 밑돈 CPI 발표 후 장초반 혼조세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한 가운데 장초반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59.45포인트(0.48%) 내린 3만3402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30포인트(0.06%) 하락한 4116선을 기록 중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4.65포인트(0.45%) 오른 1만2238선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S&P500지수에서 기술, 통신, 유틸리티, 임의소비재 관련 주는 상승세인 반면, 에너지, 금융, 산업 관련주는 하락세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기대 이하의 분기 실적에 전장 대비 3.6% 하락 중이다. 에어비엔비와 트윌리오 역시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에 각각 11%, 16%이상 내려앉았다. 전기차업체 리비안은 올해 차량생산 목표를 유지하며 9%가까이 올랐다. 테슬라도 2.33% 뛰었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전 공개된 CPI 등 경제지표를 통해 향후 Fed의 정책경로, 경제 전망 등을 살피는 한편, 전날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끝난 부채한도 상향 논의 등을 주시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9% 올랐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자, 월가 전문가 전망치(5.0%)도 밑도는 결과다. 3월 상승폭(5.0%) 보다도 내려 10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이 또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오늘 보고서는 Fed의 인플레이션 억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디스인플레이션과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높다"면서도 "노동시장 강세를 고려할 때 (Fed 물가안정목표치인) 2%로 떨어지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CPI는 Fed가 지난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금리 동결을 시사한 직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1년여간 10회 연속 인상을 통해 금리를 5.0~5.25%까지 끌어올린 만큼, 누적된 긴축 정책의 여파가 지표로 드러날 시점이 된 탓이다. 여기에 지난 5일 공개된 4월 고용보고서가 예상외 강세를 보이면서 이번주 인플레이션 지표까지 예상을 웃돌 경우 Fed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색채가 다시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CPI 공개 직후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93%선에, 10년물 금리는 3.45% 선에 움직이고 있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2%안팎 내린 101.4선을 나타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재확인한 Fed가 당장 6월 FOMC부터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7%이상 반영하고 있다. 추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13%선으로 전날 21%선보다 더 낮아졌다.
다음날인 11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도 예정돼있다. 도매 물가 상승분이 이후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PPI 둔화 추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3월 PPI는 한달새 0.5% 떨어져 약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었다. 이번에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 의회의 부채한도 샹항을 둘러싼 논의도 주시하고 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회동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하며 대치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협상 시간을 번 상태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현금이 소진되는 X데이를 6월1일로 제시했다.
이밖에 사법 당국이 현재 은행 파산을 촉발한 시장의 변동성과 관련한 공매도 활동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증시는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0.34%, 프랑스 CAC지수는 0.53% 내렸다. 영국 FTSE지수는 0.29% 하락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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