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글쓰기] 직장 다니면서 6권의 책 출간, 비법이 궁금해?
직장 다니면서 글을 만나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세 남자의 이야기. <편집자말>
[장한이 기자]
10여 년 넘게 글을 쓰면서 문득문득 '좋은 글'에 대해 고민한다. 유명 작가가 쓴 글, 잘 팔리는 책에 실린 글이 좋은 글일까.
한 모임에서 누군가 베스트셀러 에세이 이야기를 꺼냈다. 수년 전 출간된 책인데 여전히 인기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고, 지금도 새로운 독자들이 책을 찾는다.
"나는 그 책 제목 때문에 읽었는데 별로더라. 읽는 내내 불편했어."
모임에 참석한 누군가의 말이다. 1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라도 호불호는 갈린다. 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모두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글을 쓸 테니까. 나같이 어중간하게 글 쓰는 사람은 '단 몇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하면 된다'는 기준이 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
전업 작가가 아니라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풍기는 능력은 부족하다. 현란하게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글을 쓸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 이는 '나만의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이며,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스틸 컷 솔직한 나와 닮은 글이 좋은 글이다 |
ⓒ 워터홀 컴퍼니 |
성격에 따라 글이 다르다. 누군가의 글, 특히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를 만나지 않았음에도 평소 성격이나 말투, 가치관 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글이 그 사람과 상당 부분 닮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인기 있는 글이나 책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세상에 내 책이 나오기 시작하니 남의 책이 더욱더 궁금해졌다. 내가 쓴 책과 비슷한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읽으며 인기 비결을 느끼던 때도 있었다. 책을 두어 권 정도 출간했을 당시 한 출판사 대표와 저녁을 먹었다.
"저 베스트셀러 열심히 보면서 인기 비결을 연구하고 있어요."
"어? 작가님 안 되는데?"
"왜요?"
"남의 글을 읽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다 자기 색깔이 있는데, 남처럼 하려다가 이도 저도 안 되기도 하거든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의 글을 부러워한 적 있지 않을까. 베스트셀러든 아니든 내가 써 남긴 글은 인생의 흔적이자 삶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이는 글이 실제의 나와 닮아서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 대표는 내가 쓰는 글과 내가 매우 닮은 느낌이라고 했다. 문득 '초보 작가는 가식 없는 아마추어처럼 풋풋한 향기를 풍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을 만큼 글이 쓰기 쉬운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쓰는 글, 개개인이 쓰는 모든 글이 자신을 닮은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발전하고 성숙할수록 나의 글쓰기도 더불어 발전하고 성숙한다는 의미에서 글은 희망의 거울이기도 하다.
글과 인생은 떼려야 뗄 수 없기에 글은 그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다. 내가 싫다고 남이 될 수도, 나를 부정할 수도 없듯 나를 닮은 글이 가장 좋은 글, 가장 차별화된 글이 아닐까.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
글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많다. 내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수식어 앞에 서둘러 '직장인'이라는 타이들을 바짝 붙이는 이유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고 여겨서다.
글쓰기 전문가도 아니고 문법, 띄어쓰기, 맞춤법도 수시로 찾아가며 글을 쓰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6종의 책을 출간했다. 이유가 뭘까. 가만히 돌아보면 맨얼굴의 나를 담은 솔직한 글을 썼기 때문이다.
"왜 저한테 책을 쓰자고 하셨어요?"
카카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첫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 출판사 편집자에게 물었다. 아마추어티 나는 글의 솔직함에 끌렸다고 했다. 처음 블로그에 직장 생활 관련 글을 쓸 때를 돌아보면 지금보다 생동감이 넘쳤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용감하고 소신 있게 나를 담았다.
자신은 자기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 솔직하고자 마음먹으면 한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고, 적당히 포장할 수도, 과장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솔직하지 않은 글이 무서운 건 시간이 한참 흘러 내 글을 다시 들춰 봤을 때 실제 자신과 괴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평생 불편한 꼬투리가 되기도 한다.
글은 정직함과 솔직함이 무기다. '남다르지 않은 직장인이기에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았다'는 편집자의 말처럼 이는 실제로 글쓰기의 무기가 되었다. 솔직한 내가 등장하는 글은 독자에게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이자, 좋은 글을 남기는 지름길이다.
어떤 잡지에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삼대(三代)를 팔아먹을 각오로 써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웃은 기억이 난다. 가족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낼 만큼 진솔한 글이 독자의 마음에 더더욱 쉽게 다가간다는 말이다.
모험 있는 글
SF영화 <패신저스>에 "평범하게 살면 평범한 글밖에 쓰지 못해. 모험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해"라는 대사가 나온다. 명언이다. 그렇지만 모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현대인이 얼마나 될까. 부유함이 모험 있는 삶을 뒷받침해 주는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질 뿐이다.
모험이 사치인 평범한 사람에게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하다. 좋은 글의 요건 중 하나는 관점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여의도에 위치한 회사에 다닐 때 매일 지겨운 일상에 취해 고개를 푹 숙이고 여의나루역에서 63빌딩까지 걸어 다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어느 봄날 윤중로를 비롯해 여의도의 벚꽃 성지 곳곳이 통제됐다.
주황색 드럼통에 붙은 딱딱한 통행금지 표식을 보고 있자니 무심하게 지나던 길 곳곳의 투박한 나무에서 흩날리는 벚꽃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출근길, 비에 젖은 낙엽이 예뻐 사진에 담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맑은 날, 흐린 날, 미세먼지 가득한 날,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하루하루가 새롭다는 걸 몰랐다. 한강 변을 거니는 출근길은 매일 아침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여행길이었다.
지겨운 출근길이 이때부터 아름다운 여행길이 되었다. 평범하고 퉁명스러운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관점의 전환, 바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기회가 아닐까.
▲ 즐거운 글쓰기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야 독자도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 Pixabay |
착한 글쓰기를 선호한다. 나에게 글은 감정을 추스르는 마법의 약이나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감정 조절하는 법을 배웠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눈을 키웠다. 덕분에 아내한테 글 쓰면서 차분해지고 착해졌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무조건 감정을 억누르는 건 아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섣부른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편이다. 착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분 나쁜 일, 이상한 사람도 많고, 욕을 퍼붓고 저주를 내리고 싶은 순간도 많다. 예전에는 기분 더러운 말, 분노가 치미는 상황 등을 빨리 밀어내려고 발버둥 쳤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무조건 기록한다. 이는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됨은 물론 시간을 돌이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괴로울 땐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악의적인 마음에서 시작된 글도 의외의 긍정적인 결론에 다다를 때가 많다. 인간관계에서는 0대 100 과실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무리 고민해도 내 과실이 0이라면 그 사람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그만이다. '저런 사람이 되지 말자'는 다짐 하나로 상대는 1패를 당한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을 즐길 줄 아는 현명함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즐거움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얕은 감정에 치우친 반쪽짜리 글을 쓰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좋은 글에 대한 정의도 정답도 없다. 그래서 모두가 유일무이한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글쟁이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흔들림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4가지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흔들림 없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 자기가 쓰는 글이 자신과 닮았음을 인정하고 다른 이를 흉내내지 않아야 한다. 솔직한 나를 담아야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돌아봤을 때 경악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또 평범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남보다 2%라도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쓰는 이가 즐겁지 않으면 보는 이도 즐겁지 않다는 당연함을 인식해야 독자를 위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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