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은 ‘금’·거래 방식은 ‘주식’ 닮아 [‘안전한 위험자산’ 비트코인]
‘화폐’처럼 쓰기엔 아직…CBDC가 변수
최근 가상자산(코인)이 ‘대체 투자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았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기존에 우리가 투자하던 다른 자산과 코인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금, 주식, 달러(화폐), 부동산 등 전통 자산과 비교를 통해 코인이 갖는 성격을 알아본다.
비교 자산 (1) 금
‘희소성’ 있고 ‘채굴’로 생성
금은 ‘희소성’을 앞세워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의 총량은 약 24만t. 이 중 현재까지 17만t이 채굴됐다. ‘언젠가 모든 금은 고갈된다’는 사실 덕분에 금은 가치를 갖고 변동성 역시 적다. 희소하기 때문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 대비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경제 위기 때마다 금을 찾는 수요가 늘고 금값이 오르는 배경이다.
비트코인이 금과 가장 유사한 점도 바로 ‘희소성’이다. 비트코인 총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생성되는 방식도 금과 비슷하다. 금을 광산에서 채굴하는 것처럼, 컴퓨터 연산을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한다. 용어도 똑같이 ‘채굴(mining)’이다. 채굴 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사성 덕분인지, 비트코인 가격은 금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 금융 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비트코인과 금 가격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투자자 관심을 받은 덕분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카이코는 비트코인과 금 가격 상관관계 지수를 50% 이상으로 분석했다. 근래 2년 사이 최고치다.
권세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희소성을 제외하면 금과 공통분모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산으로서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부족한 데다 가격 변동성,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비교 자산 (2) 주식
거래 방식 유사…‘증권성’ 논란 여전
코인 채굴 방식이 ‘금’과 비슷하다면 코인의 거래 방식은 ‘주식’과 유사하다. 기업은 투자금 유치를 위해 주식을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한다. 이를 IPO(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부른다. 발행한 주식 가격은 기업가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한다.
코인도 마찬가지다. 코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업가나 기업은 개발금 유치를 위해 코인을 발행한다.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화이트 페이퍼(프로젝트 청사진)’를 공개하고 발행한 코인을 판매한다. 이를 ICO(암호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라고 부른다.
향후 해당 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면 그때부터는 일반 투자자도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소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코인을 주식 상위 개념인 ‘증권’으로 규정하는 이도 많다. 지난해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9개 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했다. 코인이 ‘증권’으로 판단될 경우 코인 사업자는 증권법을 따라야 한다. 금융당국 신고나 공시 의무, 자본금 마련 등 각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시작된 코인의 ‘증권성’ 논란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루나·테라 사기 사태와 강남 납치 살해 사건 등 코인 관련 범죄가 지속 발생하자 ‘증권성 판단 기준’ 마련을 외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제 속도’가 달라…CBDC 경쟁 구도
코인은 ‘투자’를 넘어 ‘지급·결제’ 수단으로도 주목받는다.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 코인을 가리키는 여러 명칭에 ‘화폐’가 들어가는 이유다.
하지만 코인 지급 결제 기능은 달러 대비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디지털 화폐’라는 명칭과 달리 결제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렸기 때문이다. 코인 대표 주자 ‘비트코인’의 평균 초당 결제 처리 속도는 3TPS 수준.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가 3건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결제 업체 비자(VISA)의 평균 결제 처리 속도는 약 2만4000TPS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결제 수단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에 내려놓고 지불하는 찰나에도 코인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급·결제 수단을 목표로 한계점을 개선한 코인도 여럿이다. 예를 들어 느린 거래 처리 속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TPS는 약 4000만건에 달한다. 코인 가치를 1달러에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도 쏟아져 나왔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인이 디지털화폐를 대표하는 지급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각국 정부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중앙은행이 만드는 디지털 화폐’ 발행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화폐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로, 가격 변동이 적은 데다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연구 사업을 진행하며 디지털 원화 발행을 준비 중이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14개 은행, 금융결제원과 관련 실험을 실시했고 올해는 비은행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까지 참여 범위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비교 자산 (4) 부동산
등본 역할 NFT…과세 체계 불분명
부동산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코인도 있다. 바로 ‘NFT(Non-Fungible Token)’다.
NFT는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비슷하다고 보면 쉽다. 디지털 파일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해당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코인이 수천만 개에 달하는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오직 단 한 개다. ‘일대일 거래’가 기본인 부동산과 비슷하다.
디지털 등기부등본인 만큼, 자산가 사이에서는 NFT 증여에도 관심이 많다. 다만 아직 과세 방안은 물론 NFT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증여와 과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시가’를 정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 동일한 가상자산 카테고리에 있음에도 명확한 과세 체계를 구축한 코인과 상반된다.
현재 코인은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기준 두 달 평균 가액을 기준으로 코인 시가를 정해 세금을 매길 수 있다.
국세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도 별도 방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는 “NFT 등 가상자산도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 대상 증여 재산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며 “NFT 거래소에서 공시하는 일평균가액 또는 시세가액 등을 인정가액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거래가액을 시가로 보고 증여세액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세무사들은 실질적인 현금화 전까지 증여 추적이 어려운 만큼 사실상 조작·편법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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