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믿을맨’…모빌리티 전략 총괄 [CEO 라운지]
최근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56)가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1조원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지난 4월 25일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6323억원, 4215억원을 자회사 포티투닷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포티투닷 지분 비율은 현대차 56%, 기아 37%다. 투자는 올해 5월 30일, 내년 1월, 내후년 1월 등 3단계로 진행된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구축 등을 도맡은 핵심 계열사다.
포티투닷은 네이버랩스 대표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현대차가 초기 자본금을 출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송 대표와 현대차 간 협업이 가시화한 것도 이때를 즈음해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송 대표가 논현동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미래 모빌리티 혁신 트렌드에 관한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고 이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당시 코드42)에 연이어 투자를 단행했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을 독점하고 싶었던 정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4772억원을 투자해 다른 투자자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증자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포티투닷의 매출은 아직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3억원가량 매출을 기록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 이런 가운데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제반 비용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현재 서울 종로 청계천 일대에서 접할 수 있는 포티투닷 자율주행차의 대당 가격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포티투닷 당기순손실은 612억원으로 전년 345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해마다 순손실이 쌓여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200억원이 넘는다. 결손금이 늘면서 자기자본은 급감했다. 포티투닷의 자본총계는 2021년 우선주 발행으로 943억원까지 늘었으나 지난해 순손실 확대로 365억원으로 급감했다. 결손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순이익을 꾸준히 내거나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다. 현대차그룹이 1조원의 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당분간 순이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포티투닷은 3000억원가량을 1차로 확보한다. 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가 관심사다.
우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인재 확보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포티투닷에는 기술 인재 리크루팅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만 여럿 된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포티투닷 임직원 수는 2021년 176명에서 2022년 355명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내비게이션, 블록체인, 센서 등 여러 영역에서 뛰어난 기술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기술 인재 영입 못지않게 지분 투자를 통한 지식 이전 효과(Knowledge-Spill Over)도 노린다. 이미 지난해 포티투닷은 ▲아이나비시스템즈(맞춤형 지도 소프트웨어 공급) ▲뉴빌리티(로봇 배달 서비스) ▲세종스마트시티(스마트시티 조성 사업) 등 3곳에 총 60억원을 투자했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 최진희 부대표(운영 체제와 플랫폼 설계), 퀄컴과 네이버랩스를 거친 정성균 이사(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머신러닝) 등과 머리를 맞대 지분 투자를 통한 시너지 확대를 모색한다.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포티투닷에 속한 두 개의 완전 자회사에 후속 투자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포티투닷은 미국에 설립한 드론 해상 배송 서비스 기업 ‘포티투에어(42air)’와 국내 법인으로 전세버스 운송 사업을 하는 ‘모비아’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포티투에어는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해 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자본잠식 가능성이 높다. 분산된 역량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포티투에어가 ‘퍼플엠’ 사례처럼 법인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현재로서는 추가 투자에 무게가 실린다. 포티투에어 대표이사인 헨크 구센(Henk Goosen)은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야심차게 설립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의 일원이라는 점에 비춰, 포티투닷 증자 자금 일부가 투입될 수 있다.
다만, 송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외부 인사인 송 대표가 ‘거함’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을 주도하는 구도가 굳어지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관료화된 기존 연구 조직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녹록지 않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양재동으로 상장되는 내연기관 조직과 판교에 집결된 모빌리티 조직 사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적지 않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흔히 이를 두고 ‘NIH(Not Invented Here)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이곳에서 개발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관료화된 연구 조직에서는 자신들이 이룬 성과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외부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내연기관에서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 진영을 중심으로 한 조직 안팎의 갈등이 불거질 때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정 회장과 송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랩스 대표 지낸 SW 전문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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