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가 없어요, 우리 집을 지켜주세요
인천은 언제나 개발이 우선인 도시였다. 도시화·산업화를 위해 끊임없이 갯벌을 메우고 산을 깎아 몸집을 키웠다. 드높은 마천루를 자랑하는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넓디넓은 갯벌을 메워 만들어졌다.
뒤늦게 환경보호에 대한 시민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인천시는 2021년 4월 22일 제51회 지구의 날을 맞아 지속가능한 환경도시로서 인천을 상징하는 깃대종으로 점박이물범(포유류), 저어새(조류), 금개구리(양서류), 흰발농게(무척추동물), 대청부채(식물) 등 5종을 선정·발표했다.
깃대종은 1993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생물종으로 생태·지리·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생물종’을 의미한다.
점박이물범은 검은색과 흰색 점무늬가 특징인 천연기념물로 전 세계 개체수 1500여마리 중 300∼400마리가 인천 백령도 하늬해변 등에 집단 서식하고 있다. 저어새는 주걱 모양의 부리가 특징인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에 남아있는 4800여마리 중 80%가 번식하는 인천은 저어새의 고향으로 불린다. 금개구리는 등쪽에 금색 띠가 특징인 양서류로 저지대 논, 물웅덩이, 습지 등에 주로 서식하고 인천 강화군 송해면, 계양구 서운동 등지에서 주로 관찰된다. 흰발농게는 수컷의 집게다리 한쪽이 흰색으로 매우 큰 것이 특징으로,인천 영종도 갯벌이 전국 최대 서식지다. 인천 대청도를 주요 서식지로 하는 대청부채는 부챗살처럼 벌어진 줄기 모양과 분홍빛이 도는 화려한 색채의 보라색 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깃대종은 현재까지 거듭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문제 등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인천시의 깃대종 선정으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이들 동·식물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점박이물범은 백령공항 건설에 따른 서식지 소음 피해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 개항을 목표로 백령도 솔개지구 일대 25만4000㎡ 부지에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백령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항공기 소음이 점박이물범 군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세부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점박이물범은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 군사관리지역 인근의 해양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두문진항에서 오가는 유람선이 주요 휴식지와 매우 가깝게 접근하는 문제 등으로부터도 위협받고 있다.
저어새는 주요 번식지인 남동유수지 인근의 남동국가산업단지로부터 유입되는 쓰레기와 오·폐수가 위협요인이다. 유수지에 물이 빠졌을 때 둥지를 침입하는 너구리도 큰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너구리 피해는 2020년 펜스 설치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어 이동경로 조사, 퇴치시스템 설치 등 침입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금개구리는 개발을 피해 이주시킨 대체서식지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2021년 진행한 양성·파충류 서식환경 모니터링 실태조사에서는 10여년 전 금개구리를 이주시킨 해오름공원 대체서식지에서 단 1마리의 금개구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울러 인근 제3경인고속도로의 차량 소음과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공사에 따른 공사 소음으로 서식 환경마저 매우 열악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를 시키더라도 앞선 최적지 검토와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개구리가 절멸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 개발 과정에서 금개구리 이주 사업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안정적인 대체서식지부터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흰발농게는 영종도 갯벌 인근의 제2준설토투기장 설치와 영종해안순환도로 개설공사 등에 따른 서식지 파괴 위기에 놓여 있다. 흰발농게는 사람보다 낮은 500㎐ 아래의 주파수 영역을 이용해 미세한 자극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이 흰발농게의 존재 및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시설물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영종도 내 흰발농게 서식지를 알 수 있는 안내시설은 씨사이드파크 송산유수지, 동강천 하류 등 2곳에 불과하다.
대청부채는 위협요인으로 지목됐던 방목 가축들의 포획이 이뤄졌지만 돼지풀, 환삼덩굴 등 생태계교란 식물이 자생지를 침범할 수 있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사진작가가 촬영 후 다른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꽃을 꺾는 등의 피해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시는 최근 마무리한 깃대종 서식지 조사 용역 등을 통해 이들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중장기적 보전대책 수립도 들어간 상태다. 인천지하철 1호선 동막역 명칭에 저어새생태학습관을 부기하는 등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보전대책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다만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인천의 도시개발사업 구역만 25곳(14.3㎢)에 달해 추진현황별 깃대종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성 등이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10일 “서식지 조사 용역을 통해 각 위협요인별 대안을 마련했고 깃대종 관련 시민 홍보 등의 보전대책은 단기적 방안으로 이미 추진하고 있다”며 “개발사업 등 실무부서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 또는 정부 사업과 관련한 보전대책은 중장기적으로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피 뿌린 ‘무개념 흡연남’ 알고 보니 인근 자영업자
- 아이유, 표절 혐의로 고발 당해…소속사 “선처 없다” 맞불
- 이제 카톡 단톡방 ‘조용히’ 나간다…“실험실서 체크”
- 강훈식 “조국·조민 22대 총선 출마 막을 수 없다”
- 태영호, 결국 최고위원 자진사퇴…“尹정부에 큰 누 끼쳐”
- ‘영화 찍나?’…롤렉스 10억 털어간 日복면강도단 [영상]
- “美, 한국기업의 中 반도체 장비 반입 별도기준 검토”
- 변사체서 마약류 검출 60%↑… “약 3년 전부터 확산 직감”
- 돈봉투 스폰서 “송영길 보좌관에 수천만원 직접 줬다”
- 김남국, 코인 60억 아닌 ‘86억’ 보유 정황…커지는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