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주 불법 공매도 세력 개입 여부 조사

미국 규제 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주 폭락에 불법 공매도 세력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은행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 3월 이후 이어진 은행주 폭락장세에 공매도 세력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검찰은 최근 두 달 사이 나타난 은행주의 과도한 변동성에 공매도 투기 세력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 소식통은 "아직 공식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다"면서 조사 대상 종목에 대한 혐의 발견 시 정식 수사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행연합회(ABA)는 지역은행 주식에 불법 공매도 세력이 개입됐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SEC에 공매도를 멈추게 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SVB 사태 이후 위기설에 휩싸인 미 지역은행들의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여왔다.

미 주요 지역은행들을 추종하는 KBW 지역은행 지수는 지난 3월10일 SVB 파산 이후 최근까지 약 24% 하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파산 이후 지역은행주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크게 늘었으며 이는 은행주들의 폭락을 더욱 부추겼다.

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난 4일 50%가량 급락했던 팩웨스트은행의 주가는 이튿날 80% 이상 폭등했고,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의 주가도 50% 가까이 반등했다. 자이언스와 코메리카의 주가는 각각 20%, 16% 이상 올랐다.

이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주말을 앞두고 공매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수세가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데이터 기업 오르텍스에 따르면 최근 공매도 세력들은 SVB,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등 미 지역은행의 주가 하락에 베팅해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JP모건은 이달 초 은행권 파산 공포를 막기 위해 은행주에 대한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규제 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