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30대 여성 원내지도부 구상, 당 기득권이 주저 앉혔다"
[박정훈 기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 |
ⓒ 장혜영 의원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원내대표 선출 과정'이다. 정의당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배진교 의원을 선출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이 출마 의사를 철회해 배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결정됐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장 의원이 말한 실상은 이와 전혀 달랐다.
정의당은 21대 국회 들어 '합의 추대'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선출해왔다. 당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면 배진교·강은미·이은주 의원이 차례로 원내대표를 지냈다. 특히 배 의원은 2020년 5월(당대표 출마를 위한 중도사퇴), 2021년 5월 등 두 차례나 원내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게다가 류호정 의원이 장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장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배 의원이 '안정적 리더십'을 명분으로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2일 예정됐던 원내대표 선출이 일주일 뒤인 지난 9일로 미뤄졌고, 류 의원을 제외한 의원단은 그날(9일) 의원총회에서 배 의원을 사실상 원내대표로 추대했다.
장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출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혜영 원내대표-류호정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된 최초의 '30대 여성 원내지도부'를 구성해 당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부르고자 했는데, 나머지 의원들은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당의 다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렸던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는 '류호정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가 돼야 한다', '원내대표 권한을 줄이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의 제안까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30대 원내지도부 구상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제안이 있었다. (우리의) 리더십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배진교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장혜영 의원, 이은주 전 원내대표, 배 원내대표, 류호정·강은미 의원. |
ⓒ 연합뉴스 |
- 어제(9일) 의원총회가 끝나고 "(당이) '변화의 도전의 리더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출마 철회가 아니라 주저 앉혀진 것"이라고 밝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정의당이 '국민의 안중에 없는 정당'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우리 당의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저와 류 의원이 최초의 30대 여성 원내지도부로서 '변화와 도전'을 상징하면서 당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원내대표를 (추대로) 정해왔던 관례 때문이다. 또 저는 (2020년 원내대표 선출 때) 저에게 왔던 기회를 양보했다는 점에서 '신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난하게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배진교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이상해졌다. 배 의원은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했고, 지역구 관리에 힘쓰고 있었다. 뜬금 없지 않나. 그렇다면 이것은 장혜영·류호정을 비토하기 위한 출마라고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당의 기득권을 중심으로, 저희 둘에게 (원내 지도부를) 맡겨도 되느냐는 분위기가 일각에서 있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 의원이 저희에 대한 편견을 등에 업고, '안정론'을 이야기하면서 출마를 선언할 줄은 몰랐다."
-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그간의 관례와 신의를 깨면서까지, 편견 섞인 무리한 주장에 동조했다. 필요할 때는 저와 류 의원의 헌신을 요구하고, 정작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저희가 요구하니 너무나 매몰차게 거부하는 당내 기득권의 이중잣대에 마음이 괴로웠다. 여기에 맞서지 않는 이상 새로운 미래를 구상할 수 없다고 느꼈다."
- 의원총회 때 원내대표 권한을 줄이거나, 류호정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세우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들었다.
"'30대 원내 지도부' 구상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제안이 있었다. 집단지도체제로 가라든지, 원내수석부대표가 류호정이 아니면 된다든지... 그건 이러한 구상에 대한 의도와 진심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서, 장혜영과 류호정의 리더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데서 비롯된 제안 아니겠나."
- 끝까지 맞설 수 있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논의하고 합의하는 방식으로 정해왔는데 '표결' 방식은 당에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겠나.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변화와 도전을 거부하겠다'는 의원님들의 인식이 명확한 상황이었기에, 논의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사이에 존재했던 신의나 관례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원내대표 논의에서 어떠한 의견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인데, 이 상황이 '장혜영이 철회해서 배진교가 됐다'는 문장으로 정리가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그동안 제가 생각해온 것들이나 내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 장혜영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에 대해 숙고하는 사이에, 배진교 의원이 출마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전혀 아니다. 그런 가능성은 없다. 이미 당 안팎으로 '이번 원내대표는 장혜영'이라는 게 알려져 있었다. 제 스스로 이제 막 시작한 지역구 활동과 당내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의원님들에게 따로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 적은 없었다. 제가 출마했기 때문에 배 의원도 나온 것이다.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너희가 하는 것이 불안정하니 내가 하겠다'에 가깝기 때문이다."
▲ 2022년 9월 5일 정의당 류호정(왼쪽), 장혜영(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당원 총투표 관련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 배진교 의원이 속한 '인천연합'은 당을 유지한 채 내부 혁신을 꿰하는 자강론을 말한다.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속한 정의당 내 정치그룹인 '세 번째 권력'은 신당 창당을 이야기한다. 재창당 관련한 이견 혹은 정파 갈등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정파 간의 갈등은 본질이 아니다. 지금까지 저와 류 의원이 원내지도부로서 같이 활동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음에도, 당 지도부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지켜왔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원내 지도부로서의 역할 수행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본다."
- '세 번째 권력'의 공동대표다. 정파 그룹의 수장이 당의 원내대표를 맡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시선도 있던데?
"(원내대표가 된다면) 공동대표직을 그만둘 의향도 있었고, 의원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저는 그런데 원내대표 선출 논의 안에 '세 번째 권력'(논란)이 섞이는 게 일종의 불신이라 생각한다. 강은미·배진교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을 때 '인천연합'이 당을 장악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나?"
- 장혜영과 류호정 두 의원에 대한 평가만 야박하다는 얘기인가?
"저와 류 의원에게는 다른 종류의 이중잣대가 작용하고 있다. 수석과 대변인 등 '스태프'로서 우리 밑에 있는 건 괜찮지만 대표가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이런 태도..."
- 그렇다면 당내 정파 간 갈등보다 두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 혹은 불신 여론이 이번 사태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할까.
"여성 청년에 대한 불신인지, 개별적인 인간에 대한 인격적 불신인지, 아니면 저희가 상징하고 있는 변화와 도전에 대한 불신인지 모르겠다. 아마 중첩되고 있는 듯 한데 뭐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무엇보다 '국민들 앞에 새로운 존재감을 획득하겠다'는 지향점을 불안하게 느낀 것이 아닐까 한다."
- 내년 총선과 정의당 재창당 작업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이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변화하자는 이야기, 새롭게 도전해야 된다는 이야기에 대한 당내의 반감과 반발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도 그렇지만 저와 함께 당에 헌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너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상처 입었고, 진심으로 분노하고 실망했다. 먼저 그런 상황을 추슬러야 한다.
그리고 정치 자체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정의당도 진영화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이해되고 있다. 각각의 상황들에 대해서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원내 의원으로서 역할 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사실 원내수석부대표 맡으면서 제 생각을 많이 삼키기도 했는데 이제 아무런 직을 맡고 있지 않으니 오히려 소신껏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원내지도부는 아니지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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