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네이버 3년 만에 PC 메인 개편…멀티태스킹 MZ 잡을까
네이버 PC 메인 페이지가 3년 만에 바뀐다. 2020년 4월 메인 화면 상단에 검색창을 고정하는 등 변화를 꾀한 지 3년 만에 대규모 개편이다. 10일 공개된 체험 페이지를 보면 여전히 검색이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지만, 쇼핑을 전진 배치하고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했다. 네이버는 개편 취지를 “모바일에서 이용자 경험을 PC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주일간 체험 기간을 거쳐 17일부터 새 메인 화면이 적용된다.
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에선 1위(약 60%)를 지키고 있지만, 생성 AI 경쟁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보여준 게 없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에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검색 등 주요 서비스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PC 메인 화면 개편은 하반기 대화형 검색으로 전면 개편 전까지 사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어떻게 바뀌는데
① 캐시카우 쇼핑 전면등판: 새 메인화면에선 쇼핑이 좌측 중앙부로 전면 등판했다. 기존 뉴스스탠드와 오늘 읽을만한 글 사이를 파고든 것.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던 ‘원쁠딜’과 ‘쇼핑라이브’ 탭을 추가하고, 이용자 쇼핑명세와 주문배송 현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분기 매출(2조2804억원)은 서치플랫폼(8518억원)이 커머스(6059억원)보다 많지만,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0.2%, 45.5%로 커머스가 압승했다. 미국 패션 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효과가 크지만, 집토끼도 잡아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② 멀티태스킹으로 MZ 공략: 새로운 빙이 이용자 질문에 따라 좌측에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우측에선 문답을 이어가도록 화면을 구성한 것처럼 네이버의 새 메인화면도 페이지를 나눠서 활용했다. 네이버는 쇼핑이 빠진 자리에 ‘위젯 보드’를 신설했다. 캘린더, 메모, 파파고, 영어사전, 나우 등 5가지 서비스를 채워 넣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파파고나 영어사전은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에서 업무 중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멀티태스킹 수요에 맞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는 캘린더와 메모엔 잠금 기능이 추가됐다.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사 서비스에 묶어두기 위한 장치다.
③ 뉴스·날씨·증시도 개인화: 모두에게 필요한 개방형 정보가 아닌, 나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도 강화했다. 뉴스스탠드 옆에 언론사 편집, 엔터, 스포츠, 경제 탭을 추가했다. 모바일처럼 PC에서도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 기사 위주로 소비할 수 있게 한 것. 날씨와 증시 영역도 확대됐다. 지역별, 시간대별 날씨를 제공하고 주요 지수뿐 아니라 관심 종목 주가도 보여준다.
실검 부활하나
컨퍼런스콜에서 언급된 네이버 하반기 검색 서비스 개편 방향을 두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추천·구독’ 탭에서 무작위로 이용자를 선정해 테스트 중인 AI가 추천하는 ‘트렌드 토픽’ 서비스가 와전된 것”이라며 “실시간도 아니고, 검색어만 포함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용자 개인의 관심사 기반으로 AI가 현재 인기가 많은 콘텐트(블로그·카페 등)를 학습해 공통된 주제를 뽑아내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한발 앞서 실검을 폐지한 다음은 10일 ‘투데이 버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 측은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갖고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발견해 나가는 서비스로 소개했다. 다음 관계자는 “과거 실검은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입력하는 검색어 횟수를 기반으로 보여줬다면, 투데이 버블은 뉴스·카페·블로그·커뮤니티 등에서 일정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추출해 별도 순위를 매기지 많고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2005년 네이버에 처음 도입된 실검은 단시간에 검색 횟수가 급증하는 키워드를 공개해 호응을 얻었으나 여론 조작 등 부작용이 지적돼 2021년 폐지됐다. 하지만 인기 급상승 검색어나 영상을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트위터, 유튜브 등 글로벌 소셜 미디어(SNS)가 이를 대신하자 국내 포털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붙들 방안을 다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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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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